중국영화 세계수준 "크랭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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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공영화가 세계1류수준에 진입했다. 중공영화 『노정』(오래된 우물)이 지난해 9월말 제2회 동경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데이어 지난달 23일 페막된 제3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홍고량』(붉은 수수)이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칸·베니스와 함께 세계3대영화제의 하나로 손꼽히는 권위있는 영화제로서 아시아 영화가 그랑프리를 차지하기는 38회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중공영화는 중공이 개방정책을 실시한이후 80년대들어 이미 『천운산전기』(천운산의 전기) 『낙타상자』(노사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 『인도중년』『사인토지』『성남구사』(성남의 옛일)등이 각종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바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것은 역시 중국서북부 농촌을 무대로 전쟁의 비극을 서사시적으로 그린 『홍고량』과 암석으로 뒤덮인 산간지방에서 식수용 우물늘 파기위해 조상대대로 노력했으나 실패끝에 생사를 건 젊은이들의 의지로 마침내 성공한 투쟁의 이야기를 그린 『노정』등 두편이다.
이들 영화들은 모두 중국특유의 향토적 배경과 중국인 특유의 인정미나 고뇌를 듬뿍 담고 있는데다 촬영기술 또한 수준급을 이루고있다.
또 38세의 촬영기사출신인 장열모는 첫출연한 『노정』에서 주연늘 맡아 동경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남우주연상을 수상한데이어 이번에는 그가 처음으로 감독을 맡은 『홍고량』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장은 처녀 출연작품과 처녀감독작품이 대히트를 하면서 중공영화계의 가강 주목받는 신성으로 등장했다.
중공영화가 세계적인 대상을 차지하자 자유중국영화계는 이를 『전체 중국인의 기쁨이요 자랑』이라는 반응이다.
『노정』이 대상으로 선포되는 순간 장내에 있던 대만대표단이 환호와 함께 눈물을 글썽여 사상을 초월한 같은 영화인이요 똑같은 중국인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노정』은 지난해 12월 홍콩에서도 상영됐으나 관객동원에 실패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했다.
【홍콩=박병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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