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마지막까지 완벽한 수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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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전> ●박정환 9단 ○자오천위 4단

11보(143~144)=박정환 9단이 143을 놓자 바둑을 지켜보던 검토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지금 반상 최대의 곳은 좌상인데, 선수(先手)도 아닌 143을 뜬금없이 두는 의도가 단박에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박 9단이 이렇게 단순한 착각을 할 리는 없고, 무언가 깊은 속내가 있을 거란 추측이 흘러나왔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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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박정환 9단이었다. 143은 우변에서 벌어질 비상사태를 멀찌감치 내다보고 철두철미하게 단속을 해놓은 수였다. '참고도1' 흑1로 손을 뗄 경우, 백2로 끊겨 우변에서 수가 크게 난다. 백6, 10의 수순이 절묘해 흑이 곤란한 상황이다. 사실상 우상 흑집이 모두 쑥대밭이 되어버린다.

참고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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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43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참고도2'처럼 백1로 끊어도 ▲(실전 143)가 있으면, 흑2가 선수가 된다. 백이 우변 대마를 돌보지 않고 백3으로 버티면 흑4, 빈삼각이 급소라 우변 대마가 그냥 살 수 없다. 백14까지 큰 '패'가 나기 때문에 백이 괴로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참고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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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천위 4단은 우변에서 더는 해볼 만한 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144로 좌상귀에 손을 돌렸다. 상대가 빈틈을 하나도 주지 않으니 자오천위 4단 입장에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박정환 9단의 수읽기는 흠잡을 곳이 없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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