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지원 볼모로 잡은 트럼프? 내년 유엔 분담금 3073억원 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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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에 서명한 뒤 이를 보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에 서명한 뒤 이를 보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UN) 주재 미국대사가 미국의 유엔 분담금 삭감을 고리로 ‘유엔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분담금을 쥔 채 유엔이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 예산 22%를 분담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 [AFP=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헤일리는 지난 21일 열린 유엔 긴급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대한 반대를 골자로 하는 ‘예루살렘 결의안’이 찬성 128개국, 반대 9개국으로 채택되자 “예루살렘 선언에 동의하지 않는 회원국이 재정적 도움을 미국에 요청했을 때 그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표결 전 “우리를 반대하는 표를 던질 테면 던져라. 그러면 우리는 그만큼 돈을 아끼게 될 것이다”라며 분담금 삭감을 공개 경고한 바 있다.

유엔 총회는 24일 2018~2019 회계연도 예산을 53억9600만 달러(약 5조8276억원)로 전 회계연도 대비 2억 달러가량 줄어든 예산안을 채택했다. 헤일리는 성명을 통해 미국은 유엔 관련 예산을 2억8500만 달러(3073억원) 삭감한다고 밝혔다. 헤일리는 “유엔의 비효율성과 과도한 지출은 널리 알려져 있다. 더는 미국인들의 관용이 이용당하도록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튜어트 패트릭 외교관계위원회 수석위원은 “우리가 순수하게 거래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가장 많은 분담금에 기여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따라올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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