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 바이러스' 직접 사망 원인 아니어도 경찰이 집중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19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신생아 중환자슬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19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신생아 중환자슬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병원의 위생관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병원 의무기록을 통해 숨진 신생아 중 한 명에게서 로타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발견됐음에도 병원이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학인했다"고 24일 말했다.

로타 바이러스는 분변·토사물 등을 통해 영·유아 사이에서 쉽게 전염되는 질병 중 하나다. 수사팀 관계자는 "로타 바이러스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진 않을지라도 평소 병원의 위생 관리 상태를 보여주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병원에서 숨진 한 신생아의 의무기록에 따르면 사망 닷새 전 바이러스 검사에서 아이는 로타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병원은 격리 조치 등을 따로 취하지 않았다. 해당 신생아의 부모는 아이의 감염 사실을 병원 측으로부터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도 이 중환자실에 있었던 생존 신생아 12명 중 4명이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꾸준히 언론에 "기저귀를 갈고 땅 바닥에 버리고 다시 손으로 집었다""아기가 빠는 '쪽쪽이'(공갈 젖꼭지)는 소독도 안 하고 , 한 번 입은 위생복도 안 빨고 돌려입었다" 등 의료진의 위생 문제를 지적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도 병원의 위생 시스템을 지적하는 유족 진술이 많았다. 세균 감염 등의 문제는 보다 더 전문적인 기관의 입증이 필요한만큼 경찰은 간접 증거를 찾는 일에 주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 동안 매일 1~2명씩 의료진·병원 관계자들을 불러 고강도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들을 통해 신생아들에게 투입된 완전정맥영양(TPN) 약제 제조 과정, 당직근무 인원 배분, 외부인의 신생아 중환자실 출입 가능성 등 전반적인 관리체계에서 과실 여부를 조사한다.

경찰은 이미 22일 신생아 중환자실 수간호사와 약제실 약사 등 2명을 소환해 9시간 동안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상세한 의료 처치에 대해서는 중환자실 의료진 가운데서도 간호기능원·간호사·전공의·교수 등 각자가 속한 집단에 따라 입장이나 진술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 이들을 단 한 명도 빠짐 없이 모두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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