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소매 … NO 타이 의전 파괴 정상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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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정상회담을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와이셔츠의 첫 단추는 열려 있었다. 그를 맞이한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는 짙은 색 더블 버튼 양복에 보라색 줄무늬 넥타이를 맸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같은 차림으로 의장대를 사열하고 말레이시아 국왕도 접견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평소 면바지에 스포츠 점퍼를 즐겨 입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할 때는 양복은 입지만 여전히 넥타이는 거부한다. 넥타이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보다 더 파격적인 차림을 하는 지도자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다. 당선자 시절이던 1월 그는 프랑스.스페인.남아공.중국 등 8개국을 순방하면서 한번도 정장을 입지 않았다.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을 접견할 때는 빨강.파랑.흰색의 가로줄 무늬가 들어 있는 스웨터를 입었다. 날씨가 더웠던 베네수엘라 방문 땐 반소매 남방셔츠 바람이었다.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칼리드 마슈알도 이 부류에 합류했다. 그는 3일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회담했다. 마슈알은 사흘간 모든 일정을 노타이 차림으로 일관했다. 그의 다른 일행들은 정장에 넥타이를 맸다.

3인의 공통점은 또 있다. 반미 강경파라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이란의 아마디네자드는 핵 개발을 고수하며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를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패션은 자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란 테헤란의 의류 상가에는 아마디네자드가 즐겨 입는 20달러짜리 '대통령 점퍼'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볼리비아에서는 '대통령 스웨터'를 내놓은 업체가 큰 돈을 벌고 있다고 마이애미 헤럴드지가 지난달 말 보도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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