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파괴적인 거북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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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전> ●박정환 9단 ○자오천위 4단

8보(102~119)=현재 상황을 잠시 정리해보자. 백은 우변에 침입해 안전하게 살아나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중앙에서 '거북등'을 당하는 치명상을 입었다. 바둑 격언대로라면, 60집에 달하는 큰 손실을 본 것이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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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이 뻥 뚫려 있는 모양만큼이나 거북등은 엄청난 파괴력이 있다. 사석을 잃는 것은 물론 주변이 순식간에 초토화된다. 지금 중앙이 바로 그 꼴이다. 중앙을 바라보는 자오천위 4단의 속은 무척이나 쓰리다. 이제 백이 기대해볼 만한 것은 불완전한 우하 흑 대마를 괴롭혀 최대한 실리를 뽑아내는 것이다.

참고도 1

참고도 1

물론 흑 대마가 공격한다고 당장 죽을 돌은 아니다. '참고도1'처럼 최악의 경우에도 최소한으로 삶을 보전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궁색하게 바둑을 둘 박정환 9단이 아니다. 109, 111, 113으로 요기조기를 찌르며 백의 허점을 적절히 공략한다. 흑은 어느새 하변에 근거지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참고도 2

참고도 2

백이 118로 나오자 119로 막은 상황. 백은 A와 B, 두 곳 중 어느 쪽을 단수쳐야 할까. 정답은 A. '참고도2'에서 보듯 B로 단수치면, 흑6으로 단수친 다음 흑8로 끊어, 백이 또다시 중앙에서 두 점을 잃게 된다. 백은 이제 더 이상의 손실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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