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조선업계, 친환경 선박으로 돌파구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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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대중공업이 만든 LNG 추진 유조선 조감도.

현대중공업이 만든 LNG 추진 유조선 조감도.

국내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이 본격적인 ‘친환경 선박’ 시장 잡기에 나섰다.

환경규제 강화돼 수요 크게 늘어 #국내 3사, 건조 경험·기술력 앞서 #LNG추진 벌크선 수주 경쟁 유리

최근 삼성중공업의 ‘적자 예고’로 조선 시장에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의 앞선 친환경 기술이 위기의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부산 현대글로벌서비스 본사에서 자체 개발한 ‘액화천연가스(LNG)추진 벌크선’ 기술 설명회를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폴라리스쉬핑·SK해운·대한해운·H-라인 해운 등 국내 9개 주요 선사들이 참여했다.

이번에 소개된 LNG 추진선은 18만t급과 25만t급 대형 벌크선 디자인이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들 선박은 기존 선박보다 오염물질 배출량을 황산화물(SOx)은 99%, 질소산화물(NOx)은 85%, 이산화탄소(CO2)는 25% 이상씩 줄여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규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선박은 그동안 대기오염 물질이 많이 나오지만, 값이 싼 벙커C유를 연료로 써 왔다. 하지만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 1월부터 전 세계 선박의 연료유 황 함유량 기준을 현행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선사들은 ▶오염 물질이 덜 나오는 고급 기름을 쓰거나 ▶배에 탈황장치인 스크러버를 달고 ▶기존 배를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LNG 추진선으로 바꾸는 등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조선 빅3 LNG선 수주잔고

조선 빅3 LNG선 수주잔고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세, 스크러버의 거대한 크기로 인한 선박 공간 활용이 제한되는 것 등을 고려하면 LNG 추진선을 찾는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LNG 추진선의 선가는 일반 선박보다 15~20% 비싸지만, 황산화물의 97~99%를 제거할 수 있다. 실제 내년에 열리는 ‘국제조선해양기자재박람회(SMM)’에 참가하는 글로벌 선주사 10곳 중 4곳(44%)은 설문 조사에서 신규 발주 때 LNG 추진선을 고려중이라고 답했다. 15일 참석한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도 “강화된 환경규제에 고민이 많은데 LNG추진 벌크선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LNG선을 비롯한 친환경 선박 건조 경험과 기술력 면에서 경쟁국에 앞서 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LNG 레디(Ready)’ 디자인을 바탕으로 수주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설계를 적용하면 현재 사용 중인 선박 연료를 LNG로 변환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5만t급 LNG추진 벌크선 1척을 수주했고, 현대삼호중공업도 올해 세계 최초로 LNG추진 대형유조선 6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에너지 절감장치와 연료 절감 설계 기술을 지속해서 적용하고 있다. 올 5월에는 LNG 추진선에 효율적으로 LNG를 공급하는 ‘LNG 벙커링’ 기술이 접목된 선박을 수주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연료 효율을 높여주는 ‘고압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HiVAR FGSS)’를 자체 개발해 12월 현재 LNG선 수주잔량이 44척으로 국내 업체 중 가장 많다.

NH투자증권 유재훈 연구원은 “2020년 이후 LNG선 공급 부족에 대비해 내년부터 세계적으로 선제적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내년 국내 조선사들은 최소 25척(약 5조원)의 LNG선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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