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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호텔회원권 세금으로 사려는 통영시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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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총국장
위성욱 내셔널부 기자

위성욱 내셔널부 기자

경남 통영시의회는 지난 8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최근 도남동에 들어선 스탠포드 호텔&리조트 객실을 연간 60일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 구매 예산 5600만원을 통과시켰다. 의원들이 자신들이 사용할 호텔 회원권을 시민 세금으로 사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의원들이 리조트 회원권을 사려 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비난 목소리가 높다.

이 예산안은 의회 사무국에서 올렸다. 시의원 13명과 사무국 직원 23명의 후생복지를 향상하겠다는 명목이다. 다른 지역 의회 의원이 통영시를 공식 방문할 때 사용할 목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회원권을 사면 통영시의회 의원들이 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의원들과 같이 쓰는 회원권을 자신이 쓰겠다고 나설 간 큰 공무원이 있을지도 의문이고, 타 지역 의원이 해당 호텔을 이용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래서 사무국이 의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상납성 예산’을 짠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회원권 구매 예산안은 운영위원회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그냥 통과됐다. 당시 운영위에 참석한 5명 의원은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다른 예산은 서슬 퍼렇게 따져보면서 정작 자신들이 혜택을 보는 예산안에 대해선 모른 척한 것이다.

더욱이 통영시는 요즘 스탠포드 호텔&리조트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통영시가 100억원에 호텔&리조트에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시의회 승인을 받은 뒤 실제로는 86억원에 넘긴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감사는 시의회가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세금으로 회원권을 사겠다는 ‘셀프 특혜’를 주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다. 현직 시의원 아내가 스탠포드 호텔 내 편의점에 입점했다거나, 전·현직 시청 고위 공무원의 친인척이 호텔에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에서 회원권 구매 논란이 불거졌다.

지욱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의장은 “행정 기관을 감시해야 할 의회가 자신들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그냥 통과시키면 견제가 제대로 되겠느냐. 의원들이 특권의식을 버리고 회원권 구매 예산을 부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회는 남았다. 15일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리고, 20일엔 본회의도 있다. 통영시 13명 의원은 자신의 자질과 소양을 증명할 시험대에 올랐다.

위성욱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