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작업남 & 처세 9단, 기업 휘어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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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BJ의 사무실 일기
베르트랑 주브노 지음, 김도연 옮김, 지형, 376쪽, 1만2000원

마키아벨리, 회사에 가다
페티 놀·한스 루돌프 바흐만 지음, 김이섭 옮김, 황금가지, 200쪽, 1만원

프랑스에서 '야한' 경영서 한 권이 날아왔다. 'BJ의 사무실 일기'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영감을 얻어 경영입문서에 섹시 코드를 첨가했다. 책의 주인공은 젊고 잘생기고 똑똑한 프랑스 1등 작업남 BJ. 그가 벤처기업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몸값을 불려가며 대기업 임원으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좌충우돌 연애담과 함께 펼쳐진다. 물론 경영서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는다. '성장과 수익성'을 다룬 부분을 보자. 새내기 직장인 BJ는 "성장과 수익성이란 말 중 가장 중요한 단어는 뭐냐"는 질문에 '성장'이라 답한다. 질문한 상사의 비웃는 듯한 태도에 얼른 '수익성'이라 고쳐 말하지만 더 큰 조롱을 살 뿐이다. 상사는 말한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다름 아닌 '과'라고. 둘 다 중요하단 얘기다. 이렇게 책은 경영학 원론부터 자기계발, 서류 작성, 프레젠테이션 기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풀어 놓는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 놀라운 점은 BJ의 탁월한 정치력이다. 그에게 알토란 같은 조언과 지식을 제공해 주는 건 괴짜 상사, 노동조합원, 범생이 입사동기, 세련되거나 촌스러운 각종 유혹녀들이다. 전쟁터 못지 않은 조직에서 도대체 누가 BJ처럼 넘치는 귀여움을 받을 수 있을까.

'마키아벨리, 회사에 가다'를 읽다 보면 뭔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지 모른다. 이 책은 도덕을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살아남고 성공해, '늙은 생쥐'로서의 멋진 삶에 안착하는 금단의 처세술을 알려줄 뿐이다. 늙은 생쥐란 기업의 권력을 틀어쥐고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지만,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과감함 시도도 하지 않는 50대 남성을 말한다. 이들은 회사가 내리막길에 들어섰음에도 자신의 입지를 위해 타협적 개혁안을 지지한다. 이들의 장기 집권은 컨설턴트와 헤드헌터의 강력한 뒷받침을 받는다.

그러니 기업에서 성공하려면 외부 전문가를 적절히 활용할 일이다. 사내 동맹과 외부 인맥이라는 이중 방어망을 설치해야 한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방어망 없는 동료가 희생양이 될 것이다. 경쟁자의 사생활에서 약점을 잡았다면 직접 행동에 나설 필요조차 없다. 알고 있다는 표시를 살짝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뒷전에서 그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천만에! "어차피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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