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상회담 놓치면 일본에 빼앗긴 점유율 되찾기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14일 오후 진행되는 한ㆍ중 정상회담을 두고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장기화한 ‘사드 보복’으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 온 기업들은 기대보다 절박함에 가까운 심정으로 정상회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드 보복' 직격탄 맞은 기업, 절박한 심정 #일시적 판매 부진 넘어 경쟁력·점유율 하락 #일본은 자동차·화장품·관광 반사이익 챙겨 #기업 "한번 뺏긴 주도권 되찾기 더 힘들어"

사드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꼽힌다. 지난 10월 양국 간의 관계개선 협의로 한때 ‘사드 보복 해빙’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기업 입장에선 사실상 변화를 체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들어 중국이 ‘3불 약속’(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불참, 한ㆍ미ㆍ일 3국 군사동맹 거부)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사드 보복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에 기업들은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난 자리에서 사드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진전된 언급이 나와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다리고 있다. 이미 사드 보복으로 중국 시장 내에서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 기회마저 놓치면 내년에도 중국 시장에서의 회복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나 화장품, 관광 등 사드 보복의 타격을 정면으로 체감한 기업들은 한때의 판매 부진을 넘어 중국 시장 내에서의 입지 자체가 크게 쪼그라든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이 부진한 틈새를 일본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메웠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의 ‘2017년 상반기 중국의 경제무역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을 9.4%를 기록, 3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1위를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2위인 일본과의 격차는 지난해 0.8%에서 0.5%포인트까지 줄었고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이후인 4월과 6월엔 일본에 밀려 2위로 떨어졌다.

실제 자동차의 경우 10월 기준 현대ㆍ기아차의 중국시장 올해 판매점유율은 4.56%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9%포인트 감소했지만, 일본 업체 혼다ㆍ닛산ㆍ도요타의 점유율은 각각 0.94ㆍ0.35ㆍ0.34%포인트 상승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산 차가 잃어버린 점유율을 이미 일본 업체들이 흡수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돼도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까지 놓치면 향후 몇 년 동안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관광 역시 일본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9월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40% 증가했고, 중국인 관광객도 같은 기간 11% 늘었다. 반면 이 기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반 토막이 났다.

기업의 이 같은 절박함을 아는 한국 정부 역시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ㆍ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오늘 비즈니스 포럼에 한국의 250여개 기업이 참가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양국의 입장이 서로 다른 문제 때문에 양국 간의 여러 가지 협력 관계가 충분하지 못했던 어려운 상황을 떨쳐내고, 양국 관계에서 새로운 시대 열리기를 바라는 한국민과 기업인들의 여망”이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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