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씌었으니 하나님 곁으로…” 노부모 강변에 버린 딸·교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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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를 강변에 버려 자살하게 한 딸과 종교단체의 교주가 구속기소됐다. [중앙포토]

노부모를 강변에 버려 자살하게 한 딸과 종교단체의 교주가 구속기소됐다. [중앙포토]

노부모를 강변에 버려 자살하게 한 딸과 종교단체의 교주가 구속기소됐다. 기독교 이단계열 종교단체의 그릇된 믿음이 80대 부친을 자살로, 모친을 행방불명 상태로 몰고 간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의정부지검은 자살방조 혐의로 딸 A씨(43)를 구속기소하고 자살교사 혐의로 교주 B씨(63ㆍ여)를 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11일 오후 A씨의 부친(83)과 모친(77)를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의 한 다리 아래에 놔두고 사라졌다. 그 결과 A씨의 부친은 이튿날인 지난달 12일 강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고, 모친은 한 달째 실종 상태다. 경찰은 모친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북한강변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특히 교주인 B씨는 이들 노부부에게 종교적 주입을 통해 자살할 마음을 먹도록 만든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노부부에게 ‘용이 씌었으니 어서 회개하고 하나님 곁으로 가야 한다’며 자살을 마음먹도록 계속해서 주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독교 이단계열의 종교를 이끄는 B씨와 이를 추종한 A씨의 말 등을 종합하면 ‘용’은 ‘마귀’ 내지 ‘사탄’ 등의 의미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추정된다.

노부모를 강변에 버려 자살하게 한 딸과 종교단체의 교주가 구속기소됐다. [중앙포토]

노부모를 강변에 버려 자살하게 한 딸과 종교단체의 교주가 구속기소됐다. [중앙포토]

딸 A씨는 부모의 사망ㆍ실종사건에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범행 자체를 부인했었으나 폐쇄회로(CC)TV에 자신이 노부모를 차에 태우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범행이 탄로났다. A씨는 거짓 진술에 대해 “무면허 운전을 한 사실이 들통날까 봐 그랬다”고 뒤늦게 변명까지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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