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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초음파로 암세포만 사멸 유도, 피부 절개 안 해 빨리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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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하이푸 간암 치료법

하이푸는 고강도 초음파를 모아 생긴 열을 이용해 암세포 괴사를 유도한다. 김태희 원장이 하이푸로 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하이푸는 고강도 초음파를 모아 생긴 열을 이용해 암세포 괴사를 유도한다. 김태희 원장이 하이푸로 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암을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술이다. 암이 생긴 부위를 포함해 그 주변까지 도려낸다. 싹을 잘라 암 재발·전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암세포가 림프절을 따라 다른 장기까지 퍼졌다면 얘기가 다르다. 수술 대신 견디기 힘든 항암·방사선 치료로 암 크기부터 줄여야 한다. 최근 초음파 열을 이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새로운 간암 치료법인 하이푸(HIFU)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서울하이케어의원에서는 하이푸 병행 요법으로 항암 치료 효과를 끌어올린다.

하이푸 치료는 암세포가 정상 조직보다 열에 취약하다는 특성을 활용한다. 진단에 사용하는 초음파보다 높은 강도의 초음파를 모아 암 치료용으로 사용한다. 초음파를 집속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암세포를 통과하면 그 충격으로 열변성 괴사를 일으켜 사멸한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암세포는 열 충격에 의해서만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고강도의 초음파가 암세포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강력한 진동으로 압축·팽창하면서 괴사를 유도한다. 간단한 과학 원리지만 치료 영역에 접목되면서 가치가 배가된다.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은 “췌장·폐·유방 등에서 간으로 전이된 암을 치료하는 데 하이푸를 병행하면 더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암세포 살리는 신생 혈관도 파괴 

하이푸 암 치료의 장점은 세 가지다. 먼저 항암 치료 효율을 높인다. 항암 치료는 반복할수록 암세포와 주변 조직이 단단해져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하이푸는 초음파 열 충격으로 암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조직에 변성을 유발해 면역 세포를 활성화한다. 또 암세포뿐 아니라 암세포가 생존하기 위해 뻗은 신생 혈관까지 파괴한다. 이때 항암 치료를 병행하면 암세포 깊숙이 약효를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치료가 까다로운 재발·전이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하이푸의 암 치료 효과는 뚜렷하다. 중국 충칭의대 제2부속병원 종양센터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4기 간세포암 환자 50명을 하이푸·색전술 병행 치료 그룹과 색전술 단독 치료 그룹으로 나눠 하이푸 병행 치료 효과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하이푸 병행 치료 그룹은 12개월 후 암 크기가 50% 줄었다. 색전술만 치료한 그룹은 크기의 변화가 없었다.

김태희 원장은 “혈관을 막고 항암제를 투여하는 색전술과 열을 가해 암세포를 태우는 하이푸는 상호 보완적 암 치료법”이라며 “두 가지 치료법을 병행하면 각각 치료할 때보다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장작을 태울 때 바짝 마른 장작이 더 잘 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통해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초음파 내성 없어 반복 치료 가능 

신체적 부담도 작다. 하이푸는 피부를 절개하지 않는 비침습적 치료다. 체력적 소모가 적어 암 환자는 곧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정상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는 항암·방사선 치료와 달리 초음파는 몸을 통과해도 해부학적 손상이 없다. 반복 치료도 가능하다. 초음파 노출에 따른 내성이 없어서다. 암 재발·전이로 인한 통증·메스꺼움·기침 같은 증상을 완화해 삶의 질을 개선한다. 현존하는 비수술 암 치료 중에서 가장 진보된 치료법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암 치료의 정확도가 높은 것도 강점이다. 초음파 영상을 통해 암의 위치·형태 등 치료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초음파 열을 쏴 치료한다. 암세포를 표적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그만큼 정상 조직의 손상은 최소화한다. 하이푸 치료는 가장 깊숙이 위치한 암세포부터 충분히 시간을 들여 진행한다. 하이푸 치료로 암세포가 괴사해 몸속으로 흡수·소멸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모든 암 환자가 하이푸 치료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초음파는 공기를 통과하지 못한다. 따라서 위·대장·폐처럼 공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장기는 치료하기 어렵다. 의료진의 숙련도도 중요하다. 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하이푸 치료에 사용하는 초음파의 세기·노출시간·각도 등이 다르다.

예컨대 암세포가 한 곳에 밀집해 모여 있다면 강하게 치료하고 암이 이곳저곳에 퍼져 있다면 암세포를 없애면서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하는 식이다. 김 원장은 “하이푸는 초기부터 말기암까지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며 “항암·방사선 치료에 대해 효과가 떨어지는 암 환자에게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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