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이면합의 논란 … 본회의 표결 온종일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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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내년도 예산안 표결을 위해 열릴 예정이던 국회 본회의가 자유한국당 의원들 불참으로 정회됐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의장석으로 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5일 내년도 예산안 표결을 위해 열릴 예정이던 국회 본회의가 자유한국당 의원들 불참으로 정회됐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의장석으로 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5일 정치권의 시선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에 쏠렸다.

“민주당·국민의당, 개헌 등 공동노력” #여당 의원 문자, 카메라에 포착돼 #공수처법 처리 등 내용도 담겨 #한국당 “추악한 뒷거래” 강력 반발

국회 본회의장에서 카메라에 잡힌 박 원내수석부대표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개헌안 마련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공동 노력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을 처리하기로 협의 ▶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임 금지법(지방자치법) 처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공수처법) 처리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 중 선거제도 개편 문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많아 두 당의 공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국민의당은 중대선거구제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지역구를 넓혀 당선자를 복수로 뽑는 제도다.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양강 구도가 형성된 만큼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당선자를 꾸준히 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비공개 의총에서 정동영 의원 등은 “예산안 통과 전 다당제 존립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에 대한 약속부터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영남의 다수 지역에서 2위권 당선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주고받은 메시지로 양당 합의사항이 담겨 있다. [조문규 기자]

권은희 국민의당·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주고받은 메시지로 양당 합의사항이 담겨 있다.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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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에 대해서도 각론에는 이견이 있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데는 입장이 같다.

현재 민주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다수이고 국민의당은 대통령은 외치, 국무총리가 내치를 분담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지지해 왔다.

하지만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개헌이나 선거제도 개편은 국민의당과 똑같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면서 절충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 문제는 국민의당이 지자체장이 체육단체장을 겸임할 경우 지방선거 등에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요구해 온 사안이고, 공수처법의 경우 정부·여당의 주요 입법 과제다. 국민의당에서도 “통과시켜야 한다”(이용주 법사위 간사)는 의견이 적잖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12월 임시국회 때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과 여러 입법 사항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정식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거구제 개편이나 개헌 문제는 양당이 공조하더라도 현실화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때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문제에서부터 선거제도 개편, 공수처 설치에 미온적이다. 다만 민주당이 원내 3당인 국민의당과 공조해 드라이브를 걸 경우 한국당에 압박이 될 수는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박홍근 수석부대표의 문자메시지는 지난 4일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간의 조찬 회동 이후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만나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박홍근 수석부대표는 “예산안 처리 후 국민의당과 이야기를 해보려고 정리한 것이지 합의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박 원내대표와 12월 임시국회 때 처리해야 할 법안에 대한 논의는 했으나 (문자메시지는) 예산안 처리 합의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문자메시지를 두고 강력 반발, 예산안 본회의 표결에 진통을 겪었다. 한국당은 국민의당이 당초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보전, 법인세 증세 등에 반대하다 지난 4일 두 당 원내대표 간의 회동 후 상당 부분을 정부·여당안에 양보했다고 보고 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에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추악한 뒷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의 카톡 사진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동철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의 대가로 개헌을 얻고 선거제도를 얻어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다당제하에서는 입법 공조를 위한 다양한 채널이 있는데, 자신들이 안 들어갔다고 야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간의 정책 공조 논의 와중에 민주당과의 개헌·선거구제 개편 공조 문제가 불거지자 바른정당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개헌, 선거구제 개편, 자방자치법 개정, 공수처법 처리는 어느 당이라도 공개적인 논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안효성·채윤경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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