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에 쓰는 물건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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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무개.거두.따귀.훑이기.변탕.개탕…

도대체 무슨 말일까. 어른들은 알지만 청소년은 모르는 단어를 맞추는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에나 나올 법한 이 말들은 모두 목공에 쓰는 전통 건축 공구들의 이름이다. 양천구 신정동 지하철 2호선 신정사거리역 4번 출구 앞 메디바바이오플렉스빌딩 지하 1층(약도 참조)에 있는 울트라건축박물관(www.ultramuseum.com)에 가면 그 뜻을 알 수 있다.

그무개는 컴퍼스와 같은 것으로 불규칙하게 구부러진 곡면의 형태를 복제하는 데 쓰는 것. 거두는 대형 톱, 따귀는 나막신 안쪽 등을 파내는 데 쓰는 끌의 일종, 훑이기는 통나무 표면 가공을 위한 기구, 변탕은 문틀을 파내는 대패, 개탕 역시 특수용도의 대패다. 울트라건축박물관에 실물이 전시돼 있다.

이들 연장은 2003년 작고한 토목.건설업체 울트라건설의 강석환 회장이 건설업계에서 40년을 일하며 모아온 것이다. 강회장은 2001년 건축 연장을 비롯해, 기와와 벽돌과 같은 건축자재 등 1100여점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이 박물관을 열었었다. 원래 충정로에 위치했으나 지난해 12월 양천구로 이전한 지 석 달이 됐다.

40여평 남짓의 좁은 공간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 박물관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고 이 박물관의 학예연구사 전연수씨는 말했다.

"우리 박물관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을 만큼 독특한 소장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세계최대의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이 지난해 특별전을 제의하기도 했지요."

소장품 중에는 특히 건축연장이 많다. 한국 것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동남아.유럽까지 다양한 나라에서 모은 것들이다. 석기시대의 용품들, 고대 중국과 삼국시대의 기와.벽돌등 가치 있는 소장품이 적지 않다. 한번에 전시할 수 있는 유물이 100여점에 불과해 주기적으로 전시 물품을 바꾸고 있다고 박물관 측은 말했다.

양천구청의 정요씨는 "울트라건축박물관은 양천구에 있는 유일한 박물관이라는 점 외에도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 많아 지역의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울트라박물관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료는 없다. 단체 관람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문의 02-264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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