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출신 김&장 변호사, 공정위 과징금 218억원 깎아…전관예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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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출신의 한 변호사가 공정위 과징금을 218억원이나 깎은 사실을 뒤늦게 공정위가 확인하고 변호사를 징계해달라는 의뢰서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요청했다. [중앙포토]

공정위 출신의 한 변호사가 공정위 과징금을 218억원이나 깎은 사실을 뒤늦게 공정위가 확인하고 변호사를 징계해달라는 의뢰서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요청했다. [중앙포토]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요 사실을 누락한 자료를 제출해 과징금 수백억원을 깎은 변호사를 징계해달라고 대한변호사협회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건의 단초를 ‘전관’인 해당 변호사 A씨에게 제공하고, 누락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거액의 과징금을 깎아 준 공정위의 실책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성신양회 담합 사건 이의 신청을 대리한 A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검토와 그에 따른 조치를 대한변협에 의뢰했다고 3일 밝혔다. A변호사는 공정위에서 재직하다가 ‘김&장 법률사무소’로 옮겨 지난해 5월 시멘트업체 성신양회의 담합사건을 대리하며 공정위 과징금을 218억원이나 깎는 데 성공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3월 시멘트 담합이 적발된 성신양회에 과징금 436억56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A변호사는 성신양회를 대리해 적자 재무제표를 들이밀며 이의 신청을 했다. 공정위는 A변호사 주장을 받아들여 과징금을 218억2800만원으로 감경했다. 부담 능력이 없는 경우 과중한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다는 고시에 의거한 것이었다.

하지만 A변호사가 공정위에 제출한 재무제표에는 중요한 사실이 빠져 있었다. 해당 재무제표는 2016년 납부할 과징금을 비용(포괄손익계산서)에 미리 포함해 적자가 나도록 조정한 것이다. A변호사가 제출한 2015년 재무제표에 이듬해에 낼 과징금이 선반영됐다는 사실을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낸 공정위는 지난 4월 당초 금액대로 과징금을 재부과했다.

공정위는 A변호사의 행위가 고의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최소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당시 인지했을 정황이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공정위의 잘못도 적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애초 이 사건의 발단은 공정위가 제공했다는 거다. 성신양회가 적자라는 이유로 과징금을 분할납부하겠다고 신청하자, 공정위 담당자가 적자는 감경 사유라고 알려주면서 시작된 것이다. 담당자의 ‘과잉 친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A 변호사가 과거 공정위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이른바 ‘전관’이라 전관예우를 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공정위는 깎아줬던 218억 원의 과징금을 올해 2월 다시 부과했다. 김앤장은 이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냈지만 10월 서울고법은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공정위 관계자는 “법률검토와 소송에 시간이 걸려 변호사 징계 개시 의뢰에 시간이 걸렸다”며 “선반영 확인을 못한 공정위의 책임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외부인 출입 관련 로비스트 규정이 시행될 때 A변호사를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련 직원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실무 직원보다는 판단을 하는 위원회에서 거르지 못한 최종 책임이 있지 않으냐는 논의가 있었다”며 “논의 때 김상조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본인이) 책임을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월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에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 반성과 혁신의 의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변호사 윤리를 따지기 이전에 공무원 윤리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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