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땀흘리는 10대~70대, 서귀포엔 스포츠 세대차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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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스포츠 강국 되려면 ②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에선 남녀노소가 함께 스포츠를 즐긴다. 왼쪽부터 김우람군과 이은미·한용호·김유나·조은옥·윤찬범·김상로씨. [서귀포=프리랜서 최영진]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에선 남녀노소가 함께 스포츠를 즐긴다. 왼쪽부터 김우람군과 이은미·한용호·김유나·조은옥·윤찬범·김상로씨. [서귀포=프리랜서 최영진]

26일 제주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제주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가족간 대화 잇고 지역 사랑방 역할 #70대 전직 교사는 도민체전 금메달 #문체부 공모에 당선돼 2013년 출범 #대부분 종목 강습료 월 5만원 수준

중학교 1학년 김우람(13)군과 회사원 이은미(25)씨는 테니스를 즐겼다. 은행원 한용호(31)씨는 능숙하게 탁구라켓을 휘둘렀다. 같은 시각 주부 김유나(47)씨는 에어로빅보다 격렬한 파워댄스를 선보였고, 주부 조은옥(58)씨는 줄을 지어 춤을 추는 라인댄스를 즐겼다. 감귤 농사를 짓는 윤찬범(58)씨는 헬스클럽에서 근육질 몸매를 뽐냈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 김상로(71)씨는 ‘탁구 고수’였다.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에선 10대 청소년부터 70대 실버계층까지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려 축구·테니스·요가·파워댄스·라인댄스·탁구·헬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에서 회원들이 요가를 배우는 모습. [사진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에서 회원들이 요가를 배우는 모습. [사진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요가로 유연함을 뽐낸 조옥연(50)씨는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걷지 못할 만큼 고생했는데 요가를 하면서 통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70대 김상로 씨는 “교직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쓸쓸하기 짝이 없었는데 젊은 친구들과 어울려 탁구를 치니 나도 젊어지는 것 같다. 도민체전 금강부 단체전에서 금메달도 땄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시민들이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사진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서귀포시 시민들이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사진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은 문화체육관광부 종합형 스포츠클럽 사업 공모에 선정돼 2013년 문을 열었다. 실내코트 3면을 포함해 총 17면으로 구성된 서귀포시 테니스장을 임대해 스포츠 교실을 운영 중이다.

처음엔 100명에 불과했던 회원수가 올해 10월 현재 693명으로 늘었다. 서귀포시 인구(약 18만명)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다. 10대 청소년(146명)부터 60대 이상(217명)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남녀 비율은 273명과 420명이다. 가족회원은 56명이다. 지도자도 10명이나 된다.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에서 회원들이 테니스를 치는 모습. [사진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에서 회원들이 테니스를 치는 모습. [사진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불과 5년 전까지만해도 서귀포에서 테니스를 배우려면 한달에 강습료 17만원을 내야했다. 스포츠클럽이 생긴 뒤엔 한달에 5만원이면 테니스를 배울 수 있다. 이은미씨는 “무엇보다도 수강료가 저렴해서 좋다. 주말에 테니스를 즐기면서 월요병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른 종목들의 월 평균 강습료도 5만원 수준이다.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헬스클럽에서 회원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헬스클럽에서 회원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50대 근육남’ 윤찬범씨는 “헬스클럽은 하루에 1000원, 한달에 2만원이면 이용 가능하다. 10월부터 감귤 수확철이라 바쁘지만 운동을 빼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은 수입과 지출을 맞추고 서귀포시에서 지방비를 확보해 자생력을 갖췄다. 2015년 전국종합형 스포츠클럽 경영평가 전국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엔 대한체육회 성과평가 최우수클럽 AA등급을 받았다. 김희섭(37)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사무국장은 “온가족이 함께 운동을 하면 가족간 대화 단절 문제가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주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에서 회원들이 파워댄스를 하고 있다. 파워댄스는 에어로빅보다 격렬한 운동이다. [사진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에서 회원들이 파워댄스를 하고 있다. 파워댄스는 에어로빅보다 격렬한 운동이다. [사진 서귀포시 스포츠클럽]

김우람 군은 “엄마와 테니스를 함께 하면서 고민 상담도 한다”고 말했다. 파워댄스를 하는 김유나씨는 “경기도 구리에서 제주로 이사왔는데 스포츠클럽에서 현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7개 시도 만 10세 이상 국민 9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민 생활체육 참여율은 59.5%로 나타났다. 2015년 56%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스포츠 선진국 스웨덴(94%), 일본(74.5%), 독일(69%·2015년 기준)에 비교하면 낮은 비율이다. 한국의 경우 인구 대비 스포츠클럽 인구비율이 6.3%에 불과하다. 독일과 일본은 각각 32.9%, 15.8%다. 독일은 국민 전체의 3분의1 이상이 10만여개 스포츠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서귀포시 스포츠클럽처럼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2013년부터 지원하고 있는 종합스포츠클럽이 지역주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2013년 9개 종합스포츠클럽을 시범운영한데 이어 2015년엔 30곳으로 늘었다. 2017년 현재 부산에 8개, 광주와 전북에 5개 등 모두 52곳이 운영 중이다. 정부는 앞으로 226개 시·군·구에 종합스포츠클럽을 최소한 한 곳씩 설치할 계획이다.

제주서귀포시 스포츠클럽

● 회원수 : 693명(10대~70대까지 다양)
● 종목 : 축구·테니스·요가·파워댄스
라인댄스·탁구·헬스
● 회비 : 월 평균 5만원
(헬스클럽 이용은 하루에 1000원)
● 수상경력
전국종합형 스포츠클럽 경영평가 1위(2015년)
대한체육회 성과평가 최우수클럽 AA등급(2016년)

종합스포츠클럽

● 2013년 9곳 → 2015년 30곳 → 2017년 52곳
● 부산 8개, 광주와 전북 5개 등
● 평균 6.9종목, 813명 회원 보유
발레 등 248개 다양한 종목 운영
226개 시군구에 최소 한곳 설치 목표

서귀포=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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