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호 위기에서 구한 '부조종사' 황승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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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대한항공호를 신예 파일럿이 구했다. 4년차 세터 황승빈(25)이 안정된 볼 배급으로 팀을 3연패 위기에서 구해냈다.

11월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동료들에게 사인을 내고 있는 대한항공 세터 황승빈. [사진 한국배구연맹]

11월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동료들에게 사인을 내고 있는 대한항공 세터 황승빈. [사진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정규시즌 챔피언 대한항공은 지난해와 달리 고전하고 있다. 2라운드 중반까지 중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24일 우리카드전도 출발은 불안했다. 1세트 시작과 함께 0-5로 끌려갔다. 박기원 감독은 주전 세터 한선수를 빼고 황승빈을 투입하는 고육지책을 폈다.

황승빈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황승빈은 신인이던 2014년에도 마이클 산체스와 좋은 호흡을 보여준 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외국인선수 미차 가스파리니의 입맛에 맞는 토스를 올렸다. 시즌 초 부진했던 가스파리니는 1세트에만 14점을 올리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2세트 듀스 접전까지 승리한 대한항공은 3-0(28-26, 26-24, 25-20) 승리를 거두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5승6패(승점 16)가 된 대한항공은 3위 KB손해보험(6승4패·승점 17)을 추격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도 "승빈이가 제 몫을 했다. 그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 멘털적으로 잘 견뎌내 합격점"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11월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진성태와 호흡을 맞춰 속공을 시도하는 대한항공 세터 황승빈(오른쪽 둘째). [사진 한국배구연맹]

11월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진성태와 호흡을 맞춰 속공을 시도하는 대한항공 세터 황승빈(오른쪽 둘째). [사진 한국배구연맹]

경기 뒤 수훈선수로 인터뷰장에 들어온 황승빈은 "1년차 때 이후 처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경기 전체를 책임진 게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부담은 늘 한다. 오늘 경기는 재밌었다. 이겨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1세트 교체 투입될 때는 별다른 생각없이 코트에 들어갔다. 스코어는 뒤져도 팀 분위기에서 지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가스파리니가 잘 때려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늘 잘 때려줬다"며 믿음을 보냈다.

대한항공엔 두 명의 조종사가 있다. 주전세터 한선수가 기장이라면 황승빈을 그를 받치는 부기장이다. 박기원 감독도 "결국은 한선수가 살아나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황승빈도 실망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는 "내가 못 하고, 선수 형이 잘 하니까 내가 못 뛰었다. 잘 하는 사람이 뛰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황승빈은 "선수 형은 블로킹을 따돌리고 공격수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스타일이다. 난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공격수를 믿고 올리려고 한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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