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수명 4년 연장 효과 … 아카데미상이 불로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한다
(원제 : Status Syndrome)
마이클 마멋 지음, 김보영 옮김, 에코리브르, 445쪽, 1만8000원

시에라리온 남성의 평균 수명은 37세, 일본 남성은 77세다. 이상할 것도 없다. 극빈국과 경제대국 사이의 수명 차이는 세상이 다 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우는 비슷한 부와 인기를 누린 비(非)수상 배우들보다 평균 4년을 더 오래 살았다. 도대체 왜? 런던대 공중보건학 교수인 마이클 마멋은 그것이 사회적 지위 차이 때문이라 말한다.

저자는 이 이론에 지위 신드롬(Status Syndrome)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나쁜 건강의 진정한 원인은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것이다. 마멋의 연구 대상은 중간 이상의 경제 상황을 가진 나라 혹은 도시, 예를 들면 미국의 워싱턴이다. 워싱턴 동남쪽에서부터 메릴랜드의 몽고메리 카운티까지 지하철을 타면 정확하게 1.6㎞씩 이동할 때마다 그곳 거주자들의 평균 수명이 약 1년 6개월씩 증가한다. 도심 끝에 사는 가난한 흑인과 다른 쪽 끝 부유한 백인 사이의 벌어지는 평균 수명 차이는 무려 20년.

흡연율이나 정크 푸드 섭취 같은 습관의 차이 때문일까. 마멋의 해석은 다르다. 당뇨.심장병.뇌졸중.정신질환 등 '부자병'으로 통하는 것들조차 예외없이 사회적 계층화를 이룬다. 더 이상 부유한 사람만의 질병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물질적 행복의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종류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삶에 대한 지배력, 그리고 사회참여 기회가 얼마나 공평한가 여부에 건강 장수와 행복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일단 뇌 혹은 마음에 있다.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불평등에 대한 경험을 적게 하도록 직장.학교.사회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본차 회사들은 유럽.미국 회사들보다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마멋은 그것이 임원도 노동자와 같은 작업복을 입고 같은 식당에서 밥 먹는 관리 시스템 때문이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 의사였으나 '더 큰 사회적 수술'을 위해 공중보건학자가 된 마멋은 그간 영국 정부와 적지 않은 마찰을 겪었다. 건강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는 마멋의 보고서가 그들과 충돌한 까닭이다. 그러나 마멋은 계속'들이댄다'. "지위 신드롬은 문명화 사회의 오점이다. 이를 해결하는 건 우리의 도덕적 책임"이라고. 또한 말한다. "기회의 평등이란 함정에 빠지지 말라."

산술적 분배는 도움이 안 된다. 예를들어 모든 아이들에게 컴퓨터 교육의 기회를 주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외려 중간계층에 도움이 될 뿐이다. 낮은 소득의 학생에게 도움을 주려면 가족 전체에게 더 풍족한 직접 지원과 함께 학교를 중간 계층 이상의 수준으로 유지토록 도와줘야 한다. 양극화 해소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 지금 "부자의 이익 재분배를 위한 조세 정책이야말로 지위 신드롬의 해법"이란 마멋의 주장이 얼마만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그러나 논란의 여지만큼 암시도 많이 주는 책이다.

이나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