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줄임말의 법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막말은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만 주고받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도 일상화된 모습이다. 최근엔 한국당의 두 의원이 “야 인마, 그만해”라며 충돌한 사건이 화제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놓고도 갈등이 불거지며 대구를 방문한 홍준표 대표가 “야 인마, 나가라” 등의 비난을 받는 모습이 노출됐다.

이때의 ‘인마’를 두고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이들이 있다. 막말에도 표준어가 있는 법인데 ‘인마’의 표기가 ‘임마’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건 줄임말의 법칙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이놈아’가 줄어든 말이므로 ‘임마’가 아니라 ‘인마’로 쓰는 것이 바르다.

듣는 이가 남자일 때 그 사람을 낮잡아 이르거나 ‘이 아이’를 비속하게 부르면 ‘이놈’이 된다. 여기에 호격 조사 ‘아’가 붙은 것이 ‘이놈아’다. ‘이놈아’를 줄여 ‘인마’로 사용한다.

‘이놈아’에서 ‘놈’의 첫소리 ‘ㄴ’은 앞말의 받침으로 가 ‘인’이 되고, 끝소리 ‘ㅁ’은 뒷말로 연음돼 ‘마’가 된다. 이처럼 단어의 일부분이 줄 때는 어느 정도 규칙성이 존재한다. 대개 줄어드는 말의 첫소리가 앞말의 받침으로 가고, 줄어드는 말의 끝소리는 뒷말의 첫소리로 넘어간다.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나 구(句) 차원에서 이뤄지는 준말에 적용할 수 있다.

가령, ‘야 이놈아’를 줄이면 ‘야 인마’→‘얀마’가, ‘이 녀석아’는 ‘인석아’가 되는 식이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