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김치를 담궜나? 담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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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다음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로 알맞은 것은?

겨우내 먹을 김치를 ( ).

ㄱ. 담궜다 ㄴ. 담았다 ㄷ. 담갔다

어느 분이 이 경우 어떤 게 맞느냐고 물어왔다. 아마도 가장 많이 고른 것은 ㄱ이라 생각된다. 대부분 사람이 ‘담궜다’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답이 아니다. 그러면 ㄴ일까. ‘담았다’ 역시 아니다. 정답은 ㄷ.

김치·젓갈 등을 만들어 익거나 삭도록 그릇에 넣어 두다는 뜻의 단어는 ‘담그다’이다. ‘담구다’나 ‘담다’가 아니다. ‘담구다’는 아예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담다’는 어떤 물건을 그릇 등에 넣다는 의미로 쓰인다. 김치 역시 장독이나 용기에 넣기는 하지만(담다) 단순히 장독 등에 넣는 것은 김치를 제조하는 것(담그다)과는 다르다. 따라서 ‘담았다’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기본형이 ‘담그다’라는 것을 기억하면 ‘담그고, 담그니, 담그면’ 등으로 활용해 쓰는 것은 별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담가’ 형태다. ‘담그+아’는 ‘담가’, ‘담그+았다’는 ‘담갔다’가 된다. 활용할 때 불규칙하게 어간의 ‘으’가 떨어져 나간다. 이런 것을 ‘으’ 불규칙 동사라고 한다.

‘담구다’가 없는 말이므로 ‘담궈, 담궜다, 담구니’는 모두 ‘담가, 담갔다, 담그니’로 고쳐야 한다. 가장 헷갈리는 것이 ‘담가’ ‘담갔다’ 형태이므로 따로 외워두면 좋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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