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미 제재 양대 포인트는 '해상봉쇄'와 '쑨쓰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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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간) 추가 대북 제재를 발표하면서 공해상의 '화물 바꿔치기' 사진 4장을 공개했다. 2017년 10월19일 위성을 통해 촬영한 이 사진은 북한 금별무역 소속 례성강 1호가 다른 선박과 화물을 바꿔치는 모습이 담겼다. 미 재무부는 이 화물이 원유일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미 재무부 홈페이지]

미국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간) 추가 대북 제재를 발표하면서 공해상의 '화물 바꿔치기' 사진 4장을 공개했다. 2017년 10월19일 위성을 통해 촬영한 이 사진은 북한 금별무역 소속 례성강 1호가 다른 선박과 화물을 바꿔치는 모습이 담겼다. 미 재무부는 이 화물이 원유일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미 재무부 홈페이지]

미국이 21일(현지시간) 내놓은 추가 대북 제제의 양대 포인트는 '선박 제재'와 '쑨쓰둥(孙嗣东·42)'이란 인물이다.
먼저 선박제재. 미 재무부는 이날 발표에서 김정은 정권의 돈줄인 '해상무역'을 사실상 봉쇄했다. 육해운성과 해사감독국 등 북한의 해운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 두 곳, 릉라도호·장경호·구봉룡호·례성강1호·양각도호 등 북한 선박 20척, 유성선박·금별무역 등 이들 선박을 운영하는 7개 해운·무역회사를 새롭게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중국 무역회사 4곳도 대상이 됐다. 과거 제재가 주로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과 기업, 금융기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조치는 공해상에서의 화물 바꿔치기 등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어긴 선박에 맞춰졌다. 미국은 지난 9월 행정명령을 통해 북한의 항구를 다녀 온 선박, 또는 북한에 기항한 적이 있는 선박과 물건을 바꿔 실은 선박에 대해 미국 입항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제재대상들은 그걸 어긴 곳들로, 미국 내 자산 및 이익이 전면 동결되고 미국인들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이번 조치는 북한의 제재 회피 전술을 공개해 외부 무역과 자금원로부터 북한을 격리함으로써 경제적 압박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선박 20척이 모두 북한 선적인 점으로 미뤄 중국·러시아 등 제3국 선박이 상당히 조심하고 있는 듯 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재무부는 "해상무역에서 창출된 수익이 결국 북한 정권과 노동당으로 흘러들어가 핵과 미사일 개발 등 정권유지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제무역 대부분을 해운물류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제재를 통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재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19일 북한 금별무역소속 례성강1호가 공해상에서 다른 선박과 불법 원유거래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위성사진 4장을 공개했다. 공해 상에서의 화물 이동은 지난 9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결의 2375호를 어긴 것이다.

공해 상에서의 화물 바꿔치기 등 해상무역 봉쇄 #북한 수류탄 3만정 밀수하던 쑨, 유일한 개인 제재

지난해 8월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나포된 쑨쓰둥 단둥 둥위안산업 대표 소유 지슌호. 이 배에는 북한산 철광석 2300톤 아래 로켓추진 수류탄 3만정이 숨겨져 있었다. [유엔전문가 패널 보고서]

지난해 8월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나포된 쑨쓰둥 단둥 둥위안산업 대표 소유 지슌호. 이 배에는 북한산 철광석 2300톤 아래 로켓추진 수류탄 3만정이 숨겨져 있었다. [유엔전문가 패널 보고서]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이날 유일하게 개인으로 제재대상이 된 쑨쓰둥 단둥(丹東) 둥위안(東源)산업 대표다.
중국 사업가 쑨은 지난해 8월 캄보디아 국적의 화물선 지슌(捷順)호에 북한산 로켓추진 수류탄(RPG-7) 3만정을 철광석 아래 숨겨 이집트로 수출하려다 수에즈 운하 인근에서 나포됐다. 유엔 제재 이래 최대 규모의 북한 무기밀수 적발이었다. 지슌호의 실소유주는 2012~2014년에는 쑨쓰둥, 이후는 여동생인 쑨쓰훙(孫嗣紅)이었다.
미 재무부는 "쑨과 둥위안산업은 수년 간 전자기계·레이더 항법장치·알루미늄, 그리고 원자로와 관련된 품목 등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2800만 달러(약 306억원)어치의 제품을 북한에 수출해 왔다"며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북한 기관들을 위한 유령회사들과도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쑨은 2015년부터 부인과 두 자녀와 함께 미국에 거주하다 올 8월 미 정보기관이 추적해오자 중국으로 도주한 상태다.

쑨쓰둥이 2015년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을 주고 구입해 거주하던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자택. 쑨은 지난 8월 미국 정보기관의 추적이 다가오자 지난 8월 130만달러(약 14억3000만원)에 이 주택을 매각하고 중국으로 도주했다. [구글]

쑨쓰둥이 2015년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을 주고 구입해 거주하던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자택. 쑨은 지난 8월 미국 정보기관의 추적이 다가오자 지난 8월 130만달러(약 14억3000만원)에 이 주택을 매각하고 중국으로 도주했다. [구글]

다만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추가 제재대상에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대형 은행이 빠지는 등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2주에 걸쳐 제재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한 만큼 별도의 추가 제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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