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폭발 평창 롱패딩, 원가보다 비싼 중고 등장···얼마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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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2배로 뛴 평창 롱패딩 중고품, 사기도 기승

오프라인서 구할 수 없어 온라인으로 #중고품이 원가보다 비싸게 팔려 #중고 거래 사기 피해자 속출

 대학생 임동환(25)씨는 지난 18일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서 중고 ‘평창 롱패딩’ 1벌을 20만원 주고 샀다. 정가인 14만 9000원보다, 5만 1000원 웃돈을 줬다. 이날 오전 백화점에 롱패딩을 사러 갔다가 700여명이 줄을 선 것을 보고 신상은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자는 돈만 받고 연락이 끊겼다. 21일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인 ‘더치트’에 판매자 이름을 검색해보니 경찰 수사 중인 사기꾼이었다. 임씨는 “평창 롱패딩으로 따뜻한 겨울을 나려고 했는데, 사기 피해로 가슴이 시려졌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인기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평창 롱패딩. [사진 롯데백화점]

폭발적인 인기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평창 롱패딩. [사진 롯데백화점]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평창 롱패딩이 오프라인에서 품절되자, 온라인 거래 사이트를 통해 이를 구하려다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평창 롱패딩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기념해 3만 개 한정 생산된 구스다운롱패딩이다. 다른 유명 브랜드의 비슷한 제품(30만~50만원)에 비해 가격이 싸다.

평창 롱패딩은 지난달 30일부터 팔리기 시작했는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15일 재고가 떨어졌다. 3일 후 재입고됐지만 수 시간 만에 모두 동났다. 전국의 각 매장에는 새벽부터 수백명이 줄 섰고, 손님들 간 자리다툼으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프라인 신상 구매를 포기하고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평창 롱패딩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게 됐다. 실제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서 평창 롱패딩을 검색하면 매매 관련 글이 수백 건 뜬다. 판매 가격은 적게는 16만원에서 많게는 28만원까지다. 중고 제품이 신상 원가보다 최대 2배 가까이 팔린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서는 평창 롱패딩 관련 매매 글이 수백 건 나온다. 매매 글 중간엔 '사기가 극성입니다. 사기주의하세요'라는 글도 있다. [사진 중고나라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서는 평창 롱패딩 관련 매매 글이 수백 건 나온다. 매매 글 중간엔 '사기가 극성입니다. 사기주의하세요'라는 글도 있다. [사진 중고나라 홈페이지 캡처]

판매자 중에는 처음부터 중고로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새벽부터 줄을 서 신상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지현경(26)씨는 롱패딩재입고 날이었던 지난 18일 오전 서울 방화동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에 들렀다가 불쾌한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5시간째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아줌마가 새치기하더니 2벌을 사 갔다. 혼자서 2개를 산 것도 화가 났는데, ‘중고나라에 25만원에 올려야겠다’라고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듣고 더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웃돈을 얹어서라도 평창 롱패딩 중고 제품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자, 사기 거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라모씨는 지난 18일 중고 롱패딩을 20만원에 샀다가 판매자가 연락이 두절돼 20일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 사기꾼들은 인터넷에 사진과 함께 판매 글을 올린 뒤 구매자에게 돈을 받고 연락을 끊는 수법을 주로 쓰고 있다. 또 판매처인 롯데백화점이나 제조사인 신성통상의 관계자 지인이라고 본인을 속인 뒤, 롱패딩 수십벌을 갖고 있다고 속이고 파는 경우도 있다. 더치트에 따르면 한 사람이 평창 롱패딩 사기로 500만원 이상을 챙긴 경우도 있다.

사기피해 공유 사이트인 '더치트'에서 검색한 롱패딩 사기 집계. 동일범이 평창 롱패딩 중고 거래 사기로 500만원 이상을 챙겼다. [사진 더치트 캡처]

사기피해 공유 사이트인 '더치트'에서 검색한 롱패딩 사기 집계. 동일범이 평창 롱패딩 중고 거래 사기로 500만원 이상을 챙겼다. [사진 더치트 캡처]

현재 평창 롱패딩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상태다. 또 3만개 한정 상품이라 온라인 사기 거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3만개 중 2만 3000장이 팔려, 현재 7000장이 남아 있다. 워낙 인기가 높아져 입고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것도 안전사고 대비에 최우선 방점을 두고 있다. 재고 입고 날짜는 아직 내부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제조사인 신성통상 관계자는 “옷 제작 공정상 추가 생산하는 것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국민적 인기가 워낙 높아 그룹 내 역량을 동원해 겨울이 끝나기 전 롱패딩을 추가 보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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