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콘, 지지 힘들게 변모" 미국 신보수주의 대표적 학자 후쿠야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에게 사상적 기초를 제공한 대표적 학자 중 한 명인 프랜시스 후쿠야마(54.사진)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신보수주의는 더 이상 내가 지지하기 힘든 쪽으로 변모했다(Neoconservatism had evolved into something I can no longer support)"고 말했다. 그는 곧 출간될 저서 '네오콘 이후:교차로에 선 미국'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22일 보도했다.

후쿠야마는 이 책에서 "네오콘의 가장 큰 문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과도한 군사적 수단(overmilitarized means)'을 동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무력 사용을 자제하는 대신 이슬람 교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계 미국인인 그는 1992년 '역사의 종말'을 펴내면서 세계적 석학으로 떠올랐다. 이 책에서 그는 "세습 왕조와 파시즘, 공산주의가 차례로 민주주의에 패배함으로써 이념 경쟁의 역사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신간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네오콘들은 미국의 실력 행사에 대한 세계의 반응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misunderstood)'"고 말했다. 다음은 이 책의 주요 대목을 발췌한 것이다.

"냉전 시기에는 미국이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동맹국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식으론 안 된다. 네오콘들은 미국에 의한 '자비로운 패권주의(benevolent hegemony)'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네오콘들의 주장도 과장된 면이 있다. 다행히 집권 2기인 현 부시 행정부는 1기의 (신보수주의적) 유산으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를 다루는 데서 그런 요소가 읽힌다. 하지만 미국엔 아직도 극단적 신보수주의자들이 많아 합리적 토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