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불면증 극복, 열 식히고 심장 튼튼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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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수년 전부터 생리 불순이 있고 상열감과 홍조가 있어 ‘갱년기구나’ 생각했어요. 올가을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짜증이 잘 나더니 최근에는 잠도 잘 오질 않습니다. 밤만 되면 말똥말똥하고 그나마 잠이 들어도 1~2시간 만에 바로 깨서 잠이 오지 않아요. 이런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워요.

이현숙 원장의 갱년기 상담소

갱년기가 되면 참으로 다양한 증상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삶이 흐트러진 느낌이 들지요. 특히 불면은 그간 쌓아왔던 모든 의지와 인내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증상입니다. 머리가 베개에 닿기만 해도 잠에 빠져들었던 부인이 어느 날부터 신랑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리고 잠을 못 이뤄 자고 있는 신랑을 꼬집었다는 얘기도 합니다.

잠은 몸과 마음이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인체는 피로를 해소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도 취약해지지요. 여성호르몬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잠까지 안 오는 걸까요. 난소의 기능이 쇠퇴하면 난포자극호르몬 분비량이 많아지고 호르몬계의 불균형이 초래되면서 자율신경실조 증상이 옵니다. 자율신경실조의 한 증상이 바로 불면인 것이죠. 또한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면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 분비도 감소하게 되는데,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은 숙면을 돕는 중요한 호르몬이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갱년기의 불면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혈허’한 상태에서 심장에 열이 쌓여 나타나는 것으로 봅니다. 이땐 자율신경계에서 주로 교감신경이 항진돼 심장이 두근거리며 긴장된 뇌파가 안정파로 바뀌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불면증만큼이나 흔한 갱년기 증상인 우울증은 부교감신경이 항진돼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심한 부교감신경 항진은 교감신경 항진과 같은 증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따라서 평소 예민한 기질을 가진 여성이나 잘 놀라고 불안감이 많은 여성, 사소한 것도 신경 쓰는 여성이 갱년기가 되면 불면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원인이 여성호르몬의 부족으로 꼽히는 만큼 호르몬 요법을 쓰는 분도 있으나, 호르몬 요법으로도 해결이 어려워 정신건강의학과 처방약 복용을 병행하는 분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갱년기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충분히 진액을 공급해 주면서 들뜬 열을 가라앉혀 주는 약과 심장 기능을 강화하고 안신 작용이 있는 약을 처방합니다. 심한 불면증은 약침요법을 함께 쓰면 더욱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치료만큼이나 생활 습관도 중요합니다. 낮 시간에 빠르게 걷는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돼 잠이 잘 들 수 있도록 합니다. 또 생각을 단순하게 처리하는 훈련과 함께 복식호흡을 해 뇌에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자다가 깼을 땐 가급적 시계는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불면은 뇌가 기억하기 전에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합니다. 3일 이상 불면이 계속되면 적합한 검사나 처방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불면이 지속될 경우 해 질 녘만 되면 ‘오늘도 못 자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생기고, 이 불안감은 뇌를 긴장시켜 불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불면이 오면 적극적으로 대처하되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초자인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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