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자회담] 무엇을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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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막을 내린 베이징(北京) 6자(남북, 미.일.중.러)회담은 "성공이냐" "실패냐"의 잣대로 가를 수 없는 회담이었다. 참가국들의 이해관계와 한반도 및 동북아 질서 재편 문제가 걸린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려는 첫걸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회담은 성과도 있었고, 과제도 남겼다.

참가국들이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차기 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적잖은 진전이다.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당초 차기 회담 개최를 목표로 내건 우리 정부로선 소기의 성과를 이룬 셈이다.

참가국들이 회담기간 중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 일치를 본 의미도 크다. 북한이 가시적인 형태로 핵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동장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당분간 북핵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은 작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참가국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낸 것도 평가할 만하다. 비록 원칙적 수준이지만 참가국 간에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가 총체적 목표라고 밝힘으로써 가능하게 됐다.

북핵 문제와 별도로 6자회담이라는 새 실험은 일단 형식면에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회의에 이은 이해당사국 간 연쇄 양자접촉은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틀의 전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핵 해결을 위해선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참가국들이 이날 구속력을 갖는 합의문서는 물론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발표문도 내지 못하고 각국 발표 형식으로 회담 결과를 내놓은 것은 그 방증이다.

당장 다음 회담의 구체적 날짜를 잡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을 거부함에 따라 다음 회담 자체가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보도한 것은 북한이 향후 교섭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북핵의 단계적, 동시 행동적, 포괄적 해결 원칙에 대해 북.미 간에 괴리가 있는 것도 문제다. 미국은 북한의 선(先) 핵 폐기를, 북한은 미국의 선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를 기조연설에서 거둬들이지 않았다.

북.미 간 의제도 어긋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문제만 해결하기를 바라지만 미국은 여기에 북한의 인권 문제, 재래식 무기도 제기했다. 그 밖에도 북.미 간에 줄다리기가 불가피한 요소는 수두룩하다.

향후 교섭과정에선 변수도 많다. 미국 내 강온파 간 갈등도 그중 하나다. 북한이 이번에 다시 핵보유 선언 준비를 언급한 것은 강경파의 입지를 넓혀줄 가능성도 있다.

6자회담 1차회담이 끝나면서 북핵 게임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특별취재팀=김석환 논설위원, 유상철.유광종 베이징 특파원,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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