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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드 참외' 사상 최대 5000억 매출, 잘 먹힌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성주군 백진면 한 시설하우스에서 농민 한모(70)씨가 수확한 참외를 경운기에 싣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성주군 백진면 한 시설하우스에서 농민 한모(70)씨가 수확한 참외를 경운기에 싣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성주군 성산리에서 참외 농사를 5년째 짓고 있는 신정근(42)씨는 다음달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 온천 여행을 갈 예정이다. 최근 참외 과수원 비닐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올해 참외 농사가 잘됐고, 좋은 값에 잘 팔려서다. 신씨는 2만㎡ 크기의 참외밭에서 매년 10㎏짜리 박스로 8000상자의 참외를 출하한다. 그의 참외는 농협 경매를 통해 올해 1㎏당 2400원에 거래됐다. 박스당 2만4000원으로, 매출 1억9000여 만원이다.

지난해 '전자파 참외'로 불리며 사드 직격탄 #올핸 일조량 많아 작황 좋고 성주군 유통지원 효과 #매출 지난해 3710억서 올해 5003억원으로 급증 #'군부대 우선 납품' 특별법 개정 땐 수익 더 늘 듯

하지만 '사드 참외', '전자파 참외'라는 말이 나돌던 지난해 신씨의 참외는 농협 경매를 통해 1㎏당 1900원에 거래됐다. 박스당 1만9000원으로, 매출 1억5000여 만원이다. 신씨는 "지난해엔 비가 자주 왔고, 전자파 참외라는 이미지까지 있어 좋은 값에 참외가 팔리지 않았다"며 "올해 참외 값이 정상으로 돌아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성주군은 15일 올해 참외 매출액이 5003억원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인건비 등 경비를 뺀 순소득은 3102억원이다.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여파를 딛고 역대 최대 수익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2003년 2000억원(순소득 1476억원)이던 성주 참외 매출액은 2015년 4020억원(순소득 2452억원)으로 계속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자파 참외' 등 논란이 일면서 판매량이 줄어들었고, 매출액은 3710억원(순소득 2078억원)으로 주춤했다.

성주군은 전국 참외 재배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총 참외 재배 면적만 355만㎡, 비닐하우스 4만9000동에서 참외를 생산한다. 참외 생산 농가는 올해 기준 4012호로 5년 전인 2012년 4549호에 비해 500여호가 감소했다. 하지만 재배 기술이 발달하면서 농가당 평균 매출액은 2012년 9000만원에서 올해 1억2470만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특히 올해는 일조량이 많아 참외 생장에 알맞은 기후로 매출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11년부터 성주군이 시행한 참외박스 10㎏ 규격화 사업도 한몫했다. 성주군은 기존 20㎏이던 참외박스를 개인 구매자 등을 위해 10㎏, 5㎏, 3㎏ 단위로 줄여 판매하고 있다.

성주군은 앞으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 개정돼 군부대 납품량이 늘어나면 참외 수익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주군에서는 참외 군부대 납품을 시범사업으로 처음 진행해 40t의 참외를 납품, 86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성주 소성리의 롯데골프장 부지에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던 지난 6월 국방부는 장병군납, 군 간부식당 납품 등을 통해 총 500여t(11억원 상당) 정도의 성주참외를 구입할 계획을 밝혔다. 다만 성주군 측에서 참외 물량이 부족해 올해는 소량 판매에 그쳤다.

법 개정으로 성주군이 공여구역으로 지정되는 경우 농축수산물을 군부대에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9월 이를 골자로 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성주군 관계자는 "참외가 군부대에 본격 납품되면 앞으로 수익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주=백경서·김윤호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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