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무대 등장한 김연아, “평창서 북한선수 보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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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여왕’ 김연아가 유엔 무대에 섰다. 아이스링크에서 보여준 모습과 완연히 다른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자격으로 193개 유엔회원국을 향해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유엔총회에서 연설중인 김연아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유엔웹TV 캡처]

유엔총회에서 연설중인 김연아 평창올림픽 홍보대사. [유엔웹TV 캡처]

 김연아는 1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의 단상에 올랐다. 두 달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막말을 주고받던 바로 그 자리다.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로 연설 #휴전결의안 채택 호소 #"평화 부르는 스포츠 힘 믿는다"

 그러나 연설 내용은 전혀 달랐다. 내년 2월에 열리는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지원과 ‘올림픽 휴전결의안’ 채택을 요청하는 자리인 만큼 김연아는 평화와 올림픽 정신을 얘기했다.

“10살 때(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남북한 팀이 함께 올림픽 개막식에 입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올림픽 정신과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유엔총회에서 휴전결의안이 채택돼 그 힘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분간 영어로 진행된 연설에 세계 각국 대표들이 크게 호응했다. 157개국이 공동 제안한 올림픽 휴전결의안은 컨센서스(전원동의) 형태로 채택됐다. 157개국 공동제안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다이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북한 선수가 피겨 페어 종목에서 출전권을 확보한 것을 반겼다. 그는 “제 종목에서 출전권을 얻었는데, 선수 시절에는 만나보지 못했던 북한 선수들이 꼭 경기에 참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대표단 수석대표를 맡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개막직전인 내년 2월 초까지 북한의 참가 의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범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도 “단일 창구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반드시 북한이 참여 의사를 밝힐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갈라 무대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지난 2014년 은퇴했기 때문에 갈라 참여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개막식 성화봉송의 마지막 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마지막 주자가 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의 기조연설도 좌중의 심금을 울렸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듯, 한국 정부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올림픽을 보장한다”면서 “한국은 전 세계를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는 올림픽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이뤄왔고,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이 그 대표적 사례”라며 “특히 평창올림픽은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이끄는 창(窓)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종환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평창올림픽의 첫 번째 메시지는 평화”라며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제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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