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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 울지 않아도 '채비' 김성균

중앙일보

입력

'채비' 김성균 / 사진=전소윤(STUDIO 706)

'채비' 김성균 / 사진=전소윤(STUDIO 706)

[매거진M] 엄마와 아들로 함께하며 두 사람은 많이 가까워졌다. 덕분에 ‘채비’(11월 9일 개봉, 조영준 감독)의 두 시간은 우리에게 조금 더 편하고, 정답고, 애틋하게 다가온다. 우리네 가족을 보는 것처럼. 

한 대 때려 주고 싶을 만큼 인규가 미웠다는 말에, 김성균(38)은 안도한 듯 웃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일곱 살 같은 서른 살 인규를 그리지만, 흔한 ‘천사표’로 포장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조영준 감독이 처음 주문한 것도 ‘자리에 누우면 기절한 듯 잠들 수 있게, 엄마 애순을 괴롭혀 달라’였다. 그래서 되도록 더 떼쓰고, 악쓰고, 부산을 떨었다. “인규보다 그를 보살피는 엄마의 고충이 더 잘 드러났으면 했어요. 그래서 더 정신없이 굴었죠.”

참고할 다큐멘터리나 영화는 많았지만, 가장 많이 눈여겨보고 배운 건, 그의 아들딸이었다. “첫째(8세)·둘째(6세)·셋째(3세)의 면면을 따라해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인규가 토라질 때 하는 행동, 특유의 손동작 같은 게 다 우리 애들이 하는 짓이에요(웃음).” 배우로서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역할. 막상 인규를 연기하면서는 배우 욕심은 많이 버렸단다. “구경거리로 만들면 안 된다” “힘을 빼자”는 생각이 더 컸다.

'채비'

'채비'

'채비' 고두심, 김성균 / 사진=전소윤(STUDIO 706)

'채비' 고두심, 김성균 / 사진=전소윤(STUDIO 706)

대선배 고두심과 함께한 지난 봄, 김성균은 자주 고개가 숙여졌다. 고두심은 영화 밖에서도 어머니였다.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성균아, 하늘은 양손에 떡을 주지 않는단다’ 같은 말씀을 하실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더 겸손하자, 한눈팔지 말자’ 싶더라고요.”

애순의 얼굴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찡하게 아려 온다.

“친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인규 등에 업힌 애순이, 과거 자신이 인규를 업고 있는 모습과
마주치는 장면이 특히 마음에 남아요.” 

철부지 인규를 연기하느라 눈물을 꾹 참고 연기했지만, 속으론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흘린 그다. “오늘 장애인 가족분들과 시사회가 있었는데, 혹시라도 그분들께 누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어요. 상영 뒤 어머님들이 저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시는데… 또 울컥하더라고요. 요즘 들어 ‘책임감 있는 배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김성균이 본 고두심은?

'채비' 고두심, 김성균 / 사진=전소윤(STUDIO 706)

'채비' 고두심, 김성균 / 사진=전소윤(STUDIO 706)

"내가 아들처럼 보일까? 처음엔 상상이 안 됐다.
이렇게 곱고 아름다우신데.
어느 날 촬영장에서 가만히 모니터를 들여다보는데
문득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보는 눈, 웃는 얼굴이 어느새 닮아 있더라.”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사진=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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