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밥 주고 오겠다” 신생아 맡기고 다시 오지 않은 엄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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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밥 주고 오겠다“며 미혼모 시설에 신생아 딸 놔두고 찾지 않은 2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중앙포토]

’강아지 밥 주고 오겠다“며 미혼모 시설에 신생아 딸 놔두고 찾지 않은 2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중앙포토]

갓 낳은 신생아 딸을 한 미혼모 시설에 맡긴 뒤 찾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이 재판부의 선처로 실형은 면했다.

신생아 유기…미혼모에 대한 국가 지원책 불충분하고, # 입양 보내면 감추고 싶은 개인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에… # 경찰 “신생아 유기 미혼모 상당수, 경제적 어려움 때문” #

인천지법 형사9단독 박재성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ㆍ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24ㆍ여)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9월 7일 서울의 한 미혼모 시설에 자신의 갓 낳은 신생아 딸과 함께 입소했다가 혼자 시설에서 빠져나왔다. A씨는 자신의 아이를 찾지 않고 방임한 혐의가 적용됐다.

A씨는 그날 당일 오후 3시 50분쯤 미혼모 시설 사회복지사에게 “집에 가서 강아지 밥을 주고 오겠다”고 거짓말을 한 뒤 딸을 찾으러 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사흘 전 경기도 수원의 한 산부인과에서 딸을 출산한 뒤 양육할 자신이 없어 찾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판사는 “피고인은 현실적인 양육의 어려움을 이유로 신생아인 딸을 방임했다”면서도 “범행을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혼모에 대한 국가의 지원책이 충분하지 않고, 입양을 보내면 감추고 싶은 개인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아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도 미혼모의 시설에 아이를 두고 오면 바로 받아들여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생아를 유기하는 미혼모 상당수는 직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아이를 입양 보내면 혼외자를 낳았다는 낙인이 각종 문서에 남는 걸 우려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 127건, 2012년 139건이던 영아유기범죄는 2013년 225건으로 크게 늘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조금 줄어 각각 76건과 42건이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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