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바른정당 의총 분수령...합의안되면 통합파 6일 탈당 기자회견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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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이 5일 분당(分黨) 수순을 밟으며 ‘야권발 정계개편’이 시동을 걸었다. 지난 3일 자유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으로부터 촉발된 연쇄반응이다.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의원 8~10명은 6일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은 5일 오후 8시부터 심야 의총을 연다.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제안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전당대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총 전부터 사실상 마지막 의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통합파와 자강파의 간극이 크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간의 통합전당대회가 극적으로 성사되려면 우선 바른정당 전당대회(13일)가 연기돼야 한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 등 전당대회 출마자 6명은 완주를 선언한 상태다. 모두 자강파다. 게다가 홍준표 한국당 대표 측도 “통합전대는 어불성설”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과 통합에 적극적인 일부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우, 황영철, 강길부, 김무성 의원. 조호영과 오신환 의원은 사진기자들이 촬영을 하자 급히 자리를 떴다. 임현동 기자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과 통합에 적극적인 일부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우, 황영철, 강길부, 김무성 의원. 조호영과 오신환 의원은 사진기자들이 촬영을 하자 급히 자리를 떴다. 임현동 기자

 관심은 통합파의 탈당과 한국당 복당(復黨) 시기, 그리고 인원이다. 통합파 김용태 의원은 “거쳐야 할 행정적 절차가 있어 탈당 시점은 9일로 늦춰질 수 있지만, 적어도 탈당 의사는 6일 중 명확히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합파인 김영우 의원도 “문재인 정권이 보수의 씨를 말리려 하는데 보수 통합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뭉쳐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6일 탈당선언에 8~10명의 의원이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무성 의원을 필두로 강길부ㆍ김영우ㆍ김용태ㆍ이종구ㆍ정양석ㆍ황영철 의원 등 7명은 확실하다는 관측이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오신환ㆍ홍철호 의원은 탈당 선언에 이름을 올릴지 고민하고 있다. 통합파 측에서는 원외 지역위원장 40~50명도 동반 탈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른정당 당대표 후보 경선 토론회가 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정문헌ㆍ정운천ㆍ유승민ㆍ박인숙ㆍ박유근ㆍ하태경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이날 하 후보자는 국민의례 이후 후보자 소개 시간에 지각도착했다.바른정당 안팎에서는 토론회 이후 이날 오후 8시에 열리는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김무성 고문 등 당내 통합파들이 ‘탈당’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문규 기자

바른정당 당대표 후보 경선 토론회가 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정문헌ㆍ정운천ㆍ유승민ㆍ박인숙ㆍ박유근ㆍ하태경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이날 하 후보자는 국민의례 이후 후보자 소개 시간에 지각도착했다.바른정당 안팎에서는 토론회 이후 이날 오후 8시에 열리는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김무성 고문 등 당내 통합파들이 ‘탈당’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문규 기자

반면 자강파는 ‘마이웨이’를 강조했다. 이날 오후 열린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유승민 의원은 “그냥 숫자를 불리고 기어들어가는 통합은 하지 않겠다”며 “바른정당을 지키고 보수의 새 희망을 지키는데 제 모든 것, 제 생명을 바치겠다”고 못 박았다.

박인숙 의원도 “지금 (한국당으로) 들어가는 분들은 죽으러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친박청산 의지도 자격도 능력도 없다”며 “서청원ㆍ최경환 의원이 바퀴벌레라면 홍 대표는 바퀴벌레 똥 청소부이다. 보수통합의 조건이 하나 있다면 친박뿐 아니라 홍 대표도 청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파가 떠나고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가 당에 남을 경우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유 의원이 옛 한나라당 원조 쇄신파로 불렸던 ‘남원정’(남경필ㆍ정병국ㆍ원희룡)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과제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정병국 의원 등은 이른바 ‘통합전대파’로, 최근 유 의원 등을 상대로 전당대회를 미루고 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하자고 설득전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유 의원 등이 전당대회 고수를 주장하며 양측간에 앙금이 생긴 상황이다. 남 지사는 이날 의총 전 “우선 분열을 초래할 전당대회 연기부터 시작하자”며 “오늘 우리가 화합의 길을 만들지 못하면 분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자강파와 국민의당과의 연대 추진도 만만치 않다. 두 당은 3일 방송법ㆍ규제프리존특별법ㆍ특별감찰관법 등 6개 법안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는 등 정책연대에 첫발을 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은 바른정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무너진다 하더라도 선거연대와 당 통합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 등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반대하고 있다. 자칫 보수-중도-진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만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

안효성ㆍ백민경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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