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거센 반발 “홍 대표 퇴진운동 추진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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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논의를 위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친박계’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논의를 위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일 자신의 출당(제명)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출당 통지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침묵 #서청원 “도의 저버린 정치사 오점” #최경환 “정부에 도움주는 이적행위” #구심점 없어 집단행동 쉽지 않을 듯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도 당적 문제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끝내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 사무총장은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에 (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를 알리는) 통지서를 보냈고 구치소를 통해 직접 (통지서를) 받은 사실까지 확인했으나 회신은 오지 않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9명은 물론 물밑 접촉을 위해 박지만씨 측까지 접촉했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은 “당내 친박 인사들에게도 부탁했으나 접촉이 되는 의원은 없었고 기존 변호인들도 사임한 이후 박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람이 없었다고 서울구치소로부터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의 무반응 속에 친박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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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당규 위반으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 홍준표 대표와 격론을 벌였고 ‘홍 대표가 숙고하는 건 받아들이지만 독단으로 결정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달했다”며 “홍 대표에게 박 전 대통령 제명 여부를 위임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당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짓지 못했고 홍 대표는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대표가 독단으로 제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은 당헌·당규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럴 거면 최고위가 무슨 필요가 있겠나”며 “앞으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는 등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청원(左), 최경환(右)

서청원(左), 최경환(右)

서청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는 한국 정치사의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치 도의는 물론 당헌·당규까지 위반한 출당 조치는 인정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당원들의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최경환 의원도 성명을 내고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선동적이고 포악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문재인 정부에만 도움을 주는 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수층의 결집이 아니라 당내 갈등과 보수층의 분열을 더욱 가속화할 뿐”이라며 “홍 대표는 오늘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앞으로 법적·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박계 중진인 유기준 의원도 “홍 대표가 당헌·당규를 마음대로 해석해 당을 독재로 끌고 간다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해 법정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당 대표 퇴진운동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가 법정 투쟁이나 홍 대표 사퇴를 위한 집단행동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단행동을 지휘할 구심점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의원들도 제각각 목소리를 낼 뿐 힘을 결집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도 친박계 의원들은 지역 행사 등을 이유로 각기 지방에 머무르며 의견 조율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선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 여부는 다뤄지지 않았다. 강효상 대변인은 “오늘은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주로 논의했다”며 “(두 의원에 대해선) 추후 어떻게 할지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박성훈·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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