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고영주 불신임안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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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고영주 이사장의 이사장직을 박탈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사직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 처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장겸 MBC 사장 해임도 곧 처리 #김 사장 거부 땐 사태 장기화 우려

방문진은 2일 정기이사회에서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을 찬성 5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고 이사장은 이사회에 불참했고, 보수 성향(야권) 권혁철·이인철 이사는 상정 절차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사회 도중 퇴장해 전체 9명의 방문진 이사 중 6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진보 성향(여권) 이사 5명은 고영주 이사장의 방문진 이사 해임 건의안도 통과시켜 방통위에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불신임안 통과로 이사장직은 박탈됐지만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건 아니다. 방문진 이사 해임권은 방통위에 있다. 일단 고 이사장은 이사회 소집 권한 없이 일반 비상임 이사직만 수행한다.

여권 이사 5명은 고 이사장이 ▶MBC 구성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MBC 특정 임원과 모의하는 등 방송법을 위반하고 ▶MBC의 불법경영과 경영진의 부도덕을 은폐하는 등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김장겸 사장 해임안은 8일 또는 1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여권 유기철 이사는 “야권 이사들이 7~11일 해외 출장이 예정돼 있지만 일정 조율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여권 이사들은 방문진에 제출한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건’에서 김장겸 사장이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공정성을 훼손했으며 ▶MBC를 정권 나팔수로 만들었고 ▶공영방송 사장답지 못한 언행으로 MBC 품위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방문진이 해임안을 처리해도 최종 확정은 MBC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상법상 주주총회는 주식회사 대표인 김장겸 사장이 소집해야 하는데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방문진은 법원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해야 하는데 통상 2~4주가 걸린다. 소송전으로 번지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김장겸 사장이 해임 무효 확인 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본안 소송 결정 전까지 해임은 집행되지 않는다. 2008년 정연주 KBS 사장은 해임되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해 결국 해임 처리됐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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