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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올림픽에서도 보지 못한 독창적인 개폐회식 보여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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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 송승환 총감독(왼쪽)과 양정웅 총연출. 서울 광희동 개ㆍ폐회식 제작단 사무실에서 오각형 모양의 개ㆍ폐회식장 도면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평창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 송승환 총감독(왼쪽)과 양정웅 총연출. 서울 광희동 개ㆍ폐회식 제작단 사무실에서 오각형 모양의 개ㆍ폐회식장 도면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림픽 개ㆍ폐회식은 한 나라의 문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다. 현장의 관중뿐 아니라 전세계 수억 명의 TV 시청자들이 지켜본다. 평창동계올림픽 D-100일을 앞두고 개ㆍ폐회식을 책임진 두 사람, 송승환(60) 총감독과 양정웅(49) 총연출을 서울 광희동 개ㆍ폐회식 제작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송 총감독은 2015년 7월부터, 양 총연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림픽 준비에 돌입했다. 이들은 “과거 올림픽에서 보지 못했던 독특한 스타일의 개ㆍ폐회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총감독은 “메가 이벤트라기보다 한 편의 야외공연을 보는 느낌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송승환 총감독, 양정웅 총연출 #"오각형 모양 전용 시설 마련…한 편의 야외공연 같을 것" #눈ㆍ바람 대비 '플랜B''플랜C' 마련…"사람이 강조되는 무대"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송승환(이하 송)=“전체 구성과 큰 틀의 연출안은 올 봄 확정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수시로 회의하며 시나리오의 99%를 완성한 상태다. 출연진 계약도 거의 다 했고, 의상과 공연 도구ㆍ소품 등을 제작 중이다.”

▶양정웅(이하 양)=“추석 연휴가 끝난 뒤 부분 연습을 시작했다. 특수한 오브제를 쓰는 공연들이 많아 안무 트레이너들이 리서치를 겸해 연습하고 있다. 11월 말까지 파트별 연습을 하고, 종합 연습은 12월 시작한다. 내년 1월부터는 평창으로 가서 한 달여 동안 현장 리허설을 할 예정이다.”  

이번 개ㆍ폐회식의 특징을 설명해달라.
▶송=“공간의 독창성이 두드러진다. 그동안의 개ㆍ폐회식은 축구경기장 등 운동장에서 열렸는데, 이번엔 임시 건물이긴 하지만 전용공간이 마련됐다. 기존 운동장에는 없는 무대 아래 하부 공간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3m 깊이의 리프트를 설치해 수백명이 밑에서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번 개ㆍ폐회식에선 우리 전통문화뿐 아니라 컨템포러리 아트도 함께 선보인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만 해도 우리나라 현대예술이 경쟁력이 없었지만, 이젠 미디어아트ㆍ현대무용 등을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다.”

▶양=“오각형인 개ㆍ폐회식장과 원형 무대가 정말 독특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베이징ㆍ런던ㆍ소치 올림픽의 개ㆍ폐회식은 어마어마한 돈을 쓰면서 과열 경쟁 양상을 보여줬다. 자국 자랑을 너무 많이 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우리 개ㆍ폐회식에선 사람이 강조된다. 그런 의미에서 IOC도 흡족해했다.”

평창 대관령면 횡계리에 건설된 개ㆍ폐회식장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행사 전용 시설이다. 2015년 12월 착공해 지난 9월 30일 완공했다. 대회 이후에는 3만5000석의 관중석 중 5000석만 남기고 철거해 올림픽 기념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송 총감독은 “처음엔 기초설계가 직사각형으로 돼 있었다. 총감독에 부임한 뒤 ‘여기서 경기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운동장처럼 만들 이유가 뭐 있냐. 육각형 눈꽃 모양으로 지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오각형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양오행도 다섯이고, 오륜도 다섯이어서 오각형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지만, 실은 이 오각형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최순실의 오방낭’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산 것이다.
개ㆍ폐회식을 준비하며 맞닥뜨린 난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칼린ㆍ정구호 등 전임 총연출이 잇따라 중도 사퇴하면서 비상 상황을 맞기도 했다. 송 총감독은 “지난해 말 황당한 구설에 올랐을 때 조직위 높은 분에게 ‘그만두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감독님, 참용기를 가지세요’라고 답이 왔다. ‘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라’는 의미의 ‘참용기’였다”며 고비를 넘긴 이야기를 털어놨다.
올림픽을 불과 1년 남짓 남긴 시점에 구원투수처럼 들어온 양 총연출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평창올림픽 슬로건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과 개ㆍ폐회식의 주제인 ‘평화’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올림픽 개ㆍ폐회식은 현장에서보다 TV로 지켜보는 시청자가 훨씬 많다. 무대 예술이라기보다 영상 예술의 요소가 강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송=“IOC의 공식 주관 방송사인 OBS와 시나리오를 짤 때부터 함께 협의를 하고 있다. 또 영화ㆍCF 감독 등이 개ㆍ폐회식 제작단ㆍ자문단에 들어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양=“서른 대의 카메라가 개ㆍ폐회식을 찍어 중계한다. 카메라의 위치나 장면 전환 타이밍 등을 고민하며 연출안을 짰다. 두 시간짜리 영화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양 총연출은 “올해 개ㆍ폐회식 준비를 안 했다면 영화감독으로 데뷔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정웅아, 올림픽인데 해야지”란 송 총감독의 설득에 그의 개인적인 일정은 올스톱됐다. 서울예대 공연학부 교수도 휴직했고, 극단 ‘여행자’ 대표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영화 제작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송 총감독이 “(양 총연출에게) 빚을 많이 졌다”고 하자 그는 “송 총감독이야말로 내게 은인이다. 2000년대 초 ‘혜화동 1번지’ 동인 활동을 할 때 ‘난타’로 돈을 번 송 총감독이 후원해준 덕에 1년 넘게 월세도 내고 작품도 만들 수 있었다”며 특별한 인연을 밝혔다.
송 총감독 역시 자신의 일은 뒷전으로 미뤘다. 성신여대 교수를 휴직하고, 드라마 출연도 고사했다. 그가 20년 동안 운영해온 ‘난타’ 제작사 PMC프러덕션이 중국의 ‘한한령(限韓令ㆍ한류 제한령)’ 여파로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태국ㆍ파타야ㆍ하와이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은 올림픽 이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겨울밤 지붕 없는 야외에서 개ㆍ폐회식을 치러야 한다. 날씨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인가.
▶송=“플랜B, 플랜C가 있다. 플랜B는 IOC 규정에 따라 극한 상황이 닥치면 장소를 옮겨 공식 행사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다. 플랜C는 개ㆍ폐회식장을 이용하되 강풍이 불거나 눈이 내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공연할지에 대한 안이다. 눈이 15㎝ 이상 올 경우 안무를 줄이고 노래와 영상 위주로 진행하는 시나리오도 논의 중이다.”

▶양=“눈이 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치우면서 공연할지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바람으로 날리는 방안 등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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