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도 스포츠 경기 관람… 내년부턴 여학생 체육수업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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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육상 100m에 사우디 여성으로 처음 출전한 카리만 아불자다옐(22). 온몸을 감싼 운동복에 히잡까지 두른 채 전력 질주했다. [유튜브 캡처]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육상 100m에 사우디 여성으로 처음 출전한 카리만 아불자다옐(22). 온몸을 감싼 운동복에 히잡까지 두른 채 전력 질주했다. [유튜브 캡처]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화 바람이 거세다. 내년부터는 여성이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리는 운동 경기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내년부터 스포츠 경기장에서 경기 관람 허용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비전 2030의 일환 #여성 선수 올림픽 참가는 2012년이 처음

사우디 스포츠청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리야드, 제다, 담만에 있는 3개 경기장에서 2018년 초부터 가족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 조치가 사우디 여성의 스포츠 경기장 출입 및 경기 관람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에서 남성 전유물이었던 스포츠 경기장이 여성에게 개방되는 것은 지난달 '제87년 건국의 날' 행사를 제외하면 역사상 처음이다. 당시 수도 리야드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행사에 여성들도 입장·관람하긴 했지만 스포츠 경기는 아니었다.

지난달 수도 리야드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제87년 건국의 날' 행사. 여성의 스포츠 경기장 입장이 금지된 사우디에서 사상 처음으로 입장이 허용됐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수도 리야드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제87년 건국의 날' 행사. 여성의 스포츠 경기장 입장이 금지된 사우디에서 사상 처음으로 입장이 허용됐다. [AFP=연합뉴스]

이번 결정은 사우디가 내년 6월부터 여성에도 운전을 허용하기로 한 데 이어 또 하나의 획기적인 개혁 조치다. 여성에 대한 제약이 가장 엄격한 국가 중 하나인 사우디는 공공장소에서 남녀를 분리하는 규정에 따라 여성의 스포츠 경기장 출입을 금지해 왔다.

사우디 여성은 올림픽 등 국제경기에 출전하지도 못하다가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처음으로 육상·유도 등에 2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 때는 참가 선수가 넷으로 늘었다. 육상 100m에 사우디 여성으로 처음 출전한 카리만 아불자다옐(22)은 온몸을 감싼 운동복에 히잡까지 두른 채 전력 질주했다. 아불자다옐은 예선 라운드에서 조 7위, 전체 24명 중 23위를 기록해 본선 1라운드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보수적인 사우디에선 여성이 스포츠를 즐기는 것 자체를 터부시해왔다. 여성이 운동복에 익숙해지면 겸손함을 잃게 된다는 주장,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건 여성의 '본성'에 반한다는 주장 등이 종교와 여성 보호의 이름으로 사회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림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 공주가 스포츠부 차관으로 임명되고 여성 선수를 육성하는 역할을 맡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사우디 교육부는 내년부터 공립학교에서 여학생에게도 체육 수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지난해 공표된 '사우디 비전 2030'의 일부로 이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의 40%가 주 1회 운동을 하도록 장려된다. 현재는 13%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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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지대에 ‘네옴(NEOM)’이라는 미래형 신도시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전 세계 언론과 투자자의 이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차기 왕위 1순위 계승자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는 “극단주의를 타파하겠다”면서 온건 이슬람주의로의 회귀를 천명한 바 있다.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에는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30세 이하 젊은 층에 맞춘 사회 변화가 대폭 포함돼 있다. 이 중 핵심이 여성의 사회활동과 교육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사우디는 2015년 처음으로 여성의 선거·피선거권을 허용했고 그해 말 지방의회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의 투표율은 82%에 이르러 남성(44%)의 두배에 육박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지방선거가 실시된 2015년 12월 12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여성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지방선거가 실시된 2015년 12월 12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여성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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