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 동력산업 "조정기구 반드시 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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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10대 미래전략산업' 육성 정책이 성공하려면 세부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정책조정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보통신부가 28일 신성장 동력 세부 추진전략을 정하기 위해 연 공청회 자리에서다.

정부는 지난 22일 향후 5년간 국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능형 로봇과 차세대 이동통신 등 10대 산업 1백34개 품목을 선정했다.

정통부.산업자원부 등 9개 부처가 관련 기술개발 등을 지원해 2007년에는 1백69조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통부의 이번 공청회는 자신들이 맡은 분야를 검토하기 위해 열렸으며, 앞으로 다른 부처의 공청회도 잇따를 전망이다. 정통부는 이중 9개 품목 관련 기술개발을 위해 2007년까지 3조2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책조정기구 반드시 필요=차세대 PC에 쓰일 내장형(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인포랜드 이상길 사장은 "이번에 선정된 10대 미래 산업은 모두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개별 부처가 독립적으로 추진한다면 중복투자가 될 수 있고 기술개발 이후 산업 간 호환성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이기주의에 휘둘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지능미디어연구실에서 지능로봇을 연구하고 있는 서용호(박사과정)씨는 "정부 발표 이후 로봇 관련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제안서를 준비 중인데 정통부는 네트워크화된 지능형 로봇을, 산자부는 산업용 로봇을, 과기부는 로봇기초기술 관련 제안서를 요구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기존 정책과 상충 피해야=홈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 중인 서울통신기술의 곽병원 상무는 "디지털 가정을 늘리기 위해서는 주택을 건설할 때 집마다 광케이블을 깔고 관련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분양가가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현재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분양가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둘 중 하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홈네트워크 산업은 육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강순주 교수는 산업 선정부터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홈 네트워크 산업의 경우 미국과 일본, 유럽 선진국에서는 장애인 주택 등 일부에만 적용하고 있다"며 "홈 네트워크 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정책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수 인력 확보 계획 선행돼야=인력 양성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인포랜드 李사장은 "차세대 PC 분야는 인력을 새로 양성해 나가야 하는데 국내엔 인력이 거의 없어 최근 스페인 공대 졸업생을 스카우트 해 연구하고 있다"며 "미래 성장 산업을 이끌어갈 인력 양성 계획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 컴퓨터공학부 유기영 교수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과목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강의 수준을 높여 양질의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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