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공조에 한국만 한 파트너 없다는 점 각인시킬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9일 “정상회담은 하나의 커다란 쇼”라고 말했다. 다만 “생중계가 아닌 녹화방송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잡음이 날 수 있는 내용은 사전 조율해야 하고 두 정상이 카메라 앞에 설 때는 불필요한 해석의 여지가 없는 명료한 메시지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해야 할 것들 #북핵 기본원칙 명료하게 재천명을 #전략자산 진일보한 약속 얻어야

10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핵 문제에서 양국이 ‘찰떡궁합’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유화주의(appeasement)’라고 표현하는 등 한·미 간 대북 접근법에 이견이 있는 듯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영수 교수는 “미국 측이 확고한 핵우산 제공 공약을 밝히고, 양측은 세세하게 들어가기보다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핵은 안 된다’는 큰 원칙을 재천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생각이 내 마음’이라며 미국의 대북 압박 작전을 평가하고 ‘안보와 평화에서 우리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는 메시지를 함께 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구체적으로 미군 전략자산 순환 배치에 있어 작전계획을 만들겠다는 등의 진일보한 약속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한국이 믿을 만한 파트너라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지난달 미국이 발표한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해 가장 협조적인 나라가 일본, 둘째가 유럽연합, 셋째가 중국, 한국은 그 다음이라고 백악관 인사에게서 들었다”고 밝혔다. 대북 공조에 대해 미국이 한국에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방한 목적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지 않는 것”이라며 “양국은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보다 북핵 문제에서 더 긴밀하게 공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이번 기회에 각인시켜야 한다”고도 말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말을 맞춰 봤자 마음이 다르면 회담을 하고 나서 서로 다른 소리를 하니 말보다 마음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것보다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뒤 크게 감탄했는데, 이런 엄청난 미군기지에 한국이 절반의 기여를 했고 함께 최전선을 방위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 비핵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맞바꾸자는 빅딜론도 제기되는데, 주한미군 기지를 직접 방문하면 미군 철수의 의미가 무엇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과 메시지는 조율하되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는 충고도 나왔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표방하면서 미국의 정책에 그대로 편승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미국의 대북 압박에 적극 공조 의지를 밝히면서 관여 방법에 대한 고민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불편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