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재편 분수령, 야권 키맨 서청원-홍준표-김무성 귀국 시작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향후 행보가 분수령을 맞는다. 서청원 의원이 26일 귀국한 데 이어 국내를 비웠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등 ‘키맨’들이 27일 오후부터 잇따라 귀국한다. 한국당의 당내 내홍과 한국당-바른정당의 통합 문제의 결론도 임박하게 됐다.
서청원, 녹취록 공개 여부 등 관심 #"정확한 팩트 말할 기회 올 것" #김무성, 보수통합 문제 결론 준비 #홍준표, 당내 과제 산적 #친박 의원들 반발 수습도 관건
①서청원 의원, 녹취록 공개할까=홍 대표가 탈당을 요구하고 있는 서청원 의원은 26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마치고 귀국했다. 관심이 쏠리는 건 서 의원이 출국 전 밝힌 성완종 리스트에 관한 홍 대표와의 통화 내용 공개 여부다. 서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홍 대표가) 성완종 의원 관련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대표는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 내가 회유를 했는지 아니면 거짓증언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는지 판단을 한번 받아보자”고 반박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서 의원이 홍 대표 귀국 전후(28일)로 녹취록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서 의원은 귀국후 “내일이나 모레가 오면 어차피 제가 한번 정확한 입장을, 팩트를 말씀드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서 의원과 최경환 의원이 홍 대표에 맞서 친박계를 다시 규합할지도 관건이다. 최 의원은 27일 오후 귀국한다. 최 의원 역시 ‘탈당 권유’라는 징계를 받은 뒤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한 상태다. 서 의원은 친박 의원들과 의견 교환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다들 외국에 나가 있고 저도 외국에서 국제전화할 여유는 없었다”고 답했다.
②김무성 의원, 보수통합 결론낼까=27일 오후에는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귀국한다. 김 의원이 귀국하면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은 회동을 갖고 탈당 시점 등을 결정한 가능성이 크다. 통합파는 홍 대표의 친박청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이유로 전당대회 전 탈당을 모색하고 있다.
통합파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 무산 등의 과정을 거치며 유승민 의원을 핵으로 한 자강파의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고 보고 있다. 통합파의 황영철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귀국하면 국감 종료 전이라도 통합파가 모여 논의를 할 것”이라며 “보수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넓어졌다”고 전했다.
김 의원 측은 당초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26일을 당내 자강파 설득의 마지노선으로 잡아왔다. 전당대회 국면이 본격화되면 당 대 당 통합 논의가 사실상 물건너 간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현재 바른전당 전당대회는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 인사 6명만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은 ‘반기문 대통령’을 위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분으로, 저와는 생각의 차이가 크다”며 “저는 제 갈 길이 있고 그분은 그분의 갈 길이 있다”고 말했다.
③홍준표 대표, 친박 내홍 수습할까=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4박5일의 방미 일정을 마친 후 28일 오후 귀국한다. 홍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결론 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내달 2일 이후 열린 최고위에서 결정된다. 박 전 대표의 출당 문제가 표결로 결론이 날 경우 최고위원 9명 가운데 5명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미 최고위 내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최고위원이 5명 정도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 대표는 귀국 후 최고위원들을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표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자동 출당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홍 대표 측 이종혁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표결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고위 내 반발이 심할 경우 홍 대표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26일 라디오에서 “홍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걸려 있는 일”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되는데 이 문제로 흔들리면 앞으로 공천이나 여러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ㆍ최경환 의원의 출당 문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개 반발하고 있다. 26일 국정감사 보이콧을 논의하는 의원총회 자리에서도 김진태ㆍ이장우 의원 등이 이들의 출당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김진태 의원은 “홍 대표의 사당화가 우려된다. 홍 대표는 중대사안을 의원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결정하느냐”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이 “당을 뛰쳐나간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을 받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ㆍ최경환 의원을 출당 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만큼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도 정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