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의 글로벌 J카페]Fed 의장 선임 '오락가락' 트럼프, 옐런 연임으로 기우나

중앙일보

입력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차기 의장 후보에도 올랐다. [AP=연합뉴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차기 의장 후보에도 올랐다. [AP=연합뉴스]

#2017년 7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차기 Fed 의장 후보라고 말했다.

25일 인터뷰에서 옐런 현 의장 연임 가능성 시사 #"옐런은 훌륭…우린 함께 아주 잘 하고 있다" #24일 존 테일러, 제롬 파월을 거수 투표에 붙여 #20일 "대부분 테일러와 파월로 후보 압축됐다고…" #7월엔 "게리 콘 후보에, 옐런도 연임 가능성 열려 있어" #

옐런 의장에 대해서는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당연히 두 번째 임기를 맡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워싱턴 AP=연합뉴스]

콘 위원장이 차기 Fed 의장 후보냐는 질문에는 “맞다. 당연히 게리는 후보군(mix)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지난 40년간 Fed 의장 연임은 관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례를 깨고 게리 콘 위원장을 후보로 지명하자 시장은 "콘이 위원장이 되는 것 아니냐"며 술렁였다.

차기 Fed 의장 최종 후보 3인. 왼쪽부터 제롬 파월, 존 테일러, 재닛 옐런.

차기 Fed 의장 최종 후보 3인. 왼쪽부터 제롬 파월, 존 테일러, 재닛 옐런.


#2017년 10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비즈니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의장 후보자로 3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차기 Fed 의장 후보가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와 제롬 파웰 Fed 이사 두 사람으로 압축됐다고 말한다. 나는 옐런 의장과도 후보 면접을 했다. 나는 그를 매우 좋아한다. 난 진심으로 그를 매우 좋아한다. 두어명의 후보가 더 있지만, 결국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후보자는 3명인 셈이다."

#2017년 10월 24일 

미 의회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오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차기 Fed 의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손을 들어보라"고 제안했다. 표결 대상 후보자는 두 사람, 테일러 교수와 파월 이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을 거수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부분 트럼프를 쳐다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고 한다. 어느 후보에게도 손을 든 의원들은 많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에게 손을 든 의원도 있었다. 팀 스콧 상원의원은 "내 생각에는 테일러 교수 쪽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대통령은 승자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아무도 숫자를 세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2017년 10월 25일

미국 폭스비즈니스방송과의 다른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에게 연임 기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편으로는 나만의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게 옐런 입장에서는 불리한 점"이라고 운을 뗐다. 옐런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하지만 후보자 면접을 언급하며 "우린 정말 좋은 대화를 나눴다. 옐런은 훌륭하다(terrific)"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우리 둘이 함께 매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머릿 속에 하나의 이름이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그는 "두세 명으로 후보를 좁혔다. 아주 빠른 시일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다. 쇼킹한 결정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Fed 의장, 트럼프 속마음은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 차기 Fed 의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Fed 의장 발표가 임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오리무중이다. 미 언론은 차기 의장 지명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연일 중요하게 보도하고 있는데, 언론마다, 그리고 시기마다 '가장 유력한 후보(top candidate)'가 달라질 정도로 누가 임명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기 의장 인선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지난 7월에는 게리 콘 NEC 위원장과 옐런 의장을 유력 후보라고 했다. 이달 20일에는 3파전이라고 했다. 존 테일러 교수와 제롬 파월 이사로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옐런도 여전히 후보라고 말해 Fed 의장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다 가장 최근에는 "옐런 연임"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를 끄는 각 후보자의 장점은

옐런 의장은 처음부터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운동 기간에 옐런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5월에는 "당선되면 옐런을 임기가 끝나면 교체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해 9월에는 옐런이 오바마 대통령을 돕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연임은 물 건너간 듯 보였다. 하지만 취임 후 옐런에 대한 비판을 거둬들였다.

둘을 한 데 묶어 준 것은 '낮은 금리'였다. 7월 트럼프는 "나는 낮은 금리가 지속하길 원한다. 옐런은 역사적으로도 '낮은 금리 선호자'에 속한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된다.

Fed 전문가인 마크 스핀델은 7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낮은 금리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만큼 옐런보다 금리를 더 빨리 인상할 가능성 있는 매파를 굳이 임명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해석했다.

증시 상승세, 낮은 실업률 등 경기가 순항하는 것도 트럼프가 옐런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옐런 의장이 2014년 2월 취임한 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5% 올랐다. 실업률은 6.6%에서 4.2%로 떨어졌다.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인 제롬 파월 Fed 이사.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인 제롬 파월 Fed 이사.

제롬 파월 이사는 현재 Fed 이사 가운데 유일한 공화당원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재무부에서 일했고, 사모펀드 운영사인 칼라일그룹 사장을 지냈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며 옐런보다 중도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현재 Fed 정책을 유지하면서 친기업 관점에서 통화와 규제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했을 수 있다. 파월 이사는 공화당원이지만 민주당의 지지도 받고 있어서 의회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둘기파인 옐런과 파월 중 한 명이 Fed 의장이 되면 기준금리를 점진적인 속도로 올리는 것을 비롯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30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미팅에 참석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차기 Fed 의장 후보에 올랐다. [와이오밍 AP=연합뉴스]

지난 8월 30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미팅에 참석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차기 Fed 의장 후보에 올랐다. [와이오밍 AP=연합뉴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공화당 내에서 입김이 센 경제학자다.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일정한 규칙(테일러 준칙)에 따라 정해야 한다는 이론을 정립해 물가상승률, 고용률 등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기준금리를 높여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그가 Fed 의장이 되면 금리가 더 빨리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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