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전외교로 북중 관계 복원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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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당총서기 유임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6일 전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8일부터 열린 19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당총서기을 다시 맡으며 집권 2기를 시작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축하전문[사진=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축하전문[사진=노동신문]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나(김정은)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대회가 원만히 진행되고 당신(시진핑)이 당중앙위원회 총서기,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거된데 대하여 진심으로 되는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중국인민은 습근평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령도(영도)밑에 새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건설의 길에 들어섰다”며 “중국공산당 제19차대회가 제시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당신의 책임적인 사업에서 커다란 성과가 있을것을 축원한다”고 덧붙였다. 또 “나는 조중 두 당, 두 나라사이의 관계가 두 나라 인민들의 리익(이익)에 맞게 발전되리라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김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8일만 축하전문 #과거 전통적 혈맹 등 내용 빠지고, 양도 줄어

시 주석에게 보낸 김정은 명의의 축전은 지난 17일 중국 공산당의 당대회 개막 직전에 이어 8일 만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2월 19일 이후 8개월여 만에 시진핑 주석의 이름을 관영 언론에 등장시켰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최근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축전외교’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따라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이 중국 대신 러시아를 돌파구로 삼는등 북중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중국의 당대회를 계기로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축전의 분위기나 북한과 중국의 동향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는 관측되지 않는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2012년 시진핑 주석이 18차 당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선임됐을 때 6문장, 810여자의 축전을 보냈다. 또 당시엔 과거부터 이어져온 양국의 친선 관계를 강조하며, 양국의 발전을 희망하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축전은 4문장 340여 자가 전부다. 내용이 절반 가량 줄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전통이나 친선과 관련한 언급도 빼놨다. 최근 축전 횟수가 늘기는 했지만 형식이나 내용면에서는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는 “시진핑 주석이 이번 당대회에서 권력을 대폭 강화하며 당분간 집권을 이어갈 토대를 닦은 것으로 보인다”며 “강력한 권력을 쥐게된 시진핑을 고려해 북한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고,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이 향후 정세에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는만큼 이번 축전은 뭔가를 풀려고 하기 보다는 시진핑을 고려한 최소한의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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