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거미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이유 밝혀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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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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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거미를 실제로 만져본 적이 없는데도 발 옆을 뱀이 미끄러져 지나가는 것, 거미가 팔에 기어오르는 것을 생각만 해도 오싹 소름이 끼쳤던 이유가 유전자 때문일지도 모른다.

최근 수십 년간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공포증이 천성적인 것인지, 어린 시절 학습하는 것인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최근 거미와 뱀의 위험을 배우기에는 어린 6개월 된 아기들이 이런 동물을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 징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스웨덴의 막스 플랑크 인간 인지와 뇌과학 연구소는 출생 후에 뱀이나 거미를 두려워하도록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아기들에게 같은 크기와 색상의 거미·뱀·꽃·물고기 등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뱀이나 거미를 봤을 때는 다른 동물들을 봤을 때보다 아기들의 동공이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 인간이 내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생리적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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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를 주도한 스테파니 횔은 “일정한 빛 조건에서 동공이 이만큼 확대되는 것은 뇌에서 스트레스 반응을 담당하는 노르아드레날린 체계가 활성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며 "아주 어린 아기들도 이런 동물들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유전된 것이 분명한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은 인간 아기가 이런 동물들이 위험하거나 역겹다고 학습할 준비를 시켜준다"며 "추가적인 요인들이 결부되면 공포증으로까지 발달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코뿔소, 곰 등 인간에게 위험할 수 있는 동물들의 사진과 두려움을 결부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해당 동물들이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 역사가 비교적 짧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뱀과 거미는 4000만~6000만 년 이상 인류의 곁에 존재해왔다.

또한 “칼, 주사, 전기 콘센트 등 현대의 위험 역시 마찬가지"라며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물건들은 존재한 시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출생 직후부터 뇌 안에 반응 메카니즘을 확립시킬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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