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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주일 대사 “2018년 제2의 한·일 파트너십 시대 열도록 노력”

중앙일보

입력

발언하는 이수훈 주일대사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수훈 주일대사가 25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7.10.25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발언하는 이수훈 주일대사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이수훈 주일대사가 25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7.10.25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수훈 주일 대사가 25일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내년을 맞아 제2의 한·일 파트너십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나름대로의 큰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 납득 못하는 사정 일본에 설득할 것” #“방일 건의하자 文 ‘못갈 이유 하나도 없다’ 대답” #“일왕 방한 성사 위해 노력…관계 발전시킬 경사”

이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고, 청와대와 외교부 차원에서도 비전을 갖고 있다. 저는 일선에서 좀 더 구체적인 노력을 하겠다”며 이처럼 포부를 밝혔다. 이 대사는 오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았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 때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결과물이다. 일본은 한반도 식민 지배를 사죄하고, 한국 측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한편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평화를 위해 노력한 점을 평가한 것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아베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을 맞는 내년을 한·일 관계 발전의 전환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대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한·일 간에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대단히 중요한 계기였다. 당시 우리 문화산업을 개방하는 데 굉장한 반발이 있었지만, 이는 한류 열풍으로 이어지며 우리가 이득을 엄청나게 봤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 대통령이 신임장을 수여하며 한·일 관계에 대해 어떤 당부를 했나.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것과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 발전 추구를 조화롭게 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잘해달라고 당부하셨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되 그것이 한·일 간 발전이라는 큰 목표에 장애물이 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양국 간에는 청년 취업, 관광 등 협력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지난 정부에서는 한·일 간에 일절 소통이 없었지만 최근 북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인해 서로 긴밀히 소통하며 안보 협력을 하고 있다. 흐름이 정상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연내 방일이 가능하다고 보나.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서는 제가 언급할 것이 아니다. 다만 ‘대통령이 한 번 방일하는 것이 제가 뛰는 것의 천배, 만배 효과가 있으니 일본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더니 문 대통령이 ‘내가 못 갈 이유가 하나도 없다. 언제든 사정이 되면 갈 수 있다’고 답했다. 또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2015년 서울에서 개최된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의장국인 일본으로서는 가능하면 조속히 개최하는 것이 좋은 일 아니겠는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는데.
“과거 인터뷰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데 미국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는 학자로서 일본 언론의 보도 등 분석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현재 위안부 합의 문제는 외교부 내에 태스크포스(TF)가 꾸려져서 과정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TF 활동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정부가 고민해 입장을 정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TF 활동이 상당히 진전돼 연말까지는 결과를 낼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일본에 가면 우리 국민이 합의를 납득할 수 없는 사정을 잘 전달하고 설득하려 한다.”
일본 정·관계에 인맥이 있나.
“2015년 봄 학기에 게이오대에 초빙교수로 있었다. 당시 ‘일본 엘리트층의 동북아 인식’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를 계기로 여러 사람을 만났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오구라 카즈오(小倉和夫) 전 주한 일본 대사를 비롯해 한국에 특파원이나 지국장으로 왔던 경험이 있는 언론인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났다. 지금도 수시로 e메일을 주고 받는다. 이런 분들과의 관계가 제가 임무 수행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일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시대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한·일 간에 독도 문제, 일본 교과서 과거사 기술 문제 등 현안들이 있었다. 갈등도 있었다. 노 대통령은 항상 저를 일본에 살짝 보내서 일본의 전문가들을 만나 이런 갈등이 한·일 관계의 저변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게 했다. 정부끼리는 갈등할 수밖에 없지만 국민 대 국민 감정이 상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 밖에 학술 세미나 등을 계기로도 자주 일본을 방문했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가 있다.”
언어 문제는 없는가.
“일본어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외교에서는 공식적으로 반드시 통역을 쓴다. 그래서 큰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015년 체류할 때 겪어보니 영어로 소통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일본어 공부는 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의 한국 방문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가.
“일본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지도자가 한국을 방문하면 양국 관계의 어려움을 눈 녹듯 녹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일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꼭 성사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여러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는 것 같다. 일본에 가면 이런 경사가 생길 수 있도록 정치적 환경,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총장이 4강 대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어느 나라가 됐건 대통령의 의중과 국정 철학, 구체적인 정책을 잘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대사가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일본에 가면 얼마든지 문 대통령을 잘 대변할 수 있고, 대통령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제가 비교적 잘 알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도 구상했기 때문에 일본 측의 생각이 우리와 다른 부분이 있어도 더불어 같이 갈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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