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가격 인상 내부 검토...셈법 복잡한 담배 회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0일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를 126원에서 529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세금 인상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0일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를 126원에서 529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세금 인상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아이코스(필립모리스코리아)ㆍ글로(브리티쉬어미레칸토바코)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인상되면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자담배 개별소비세를 126원에서 529원으로 403원 인상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불을 붙여 태우지 않고 연초를 고열로 쪄서 수증기로 흡입하는 새로운 형태의 담배다.

정부, 개별소비세 이어 담배소비세 인상 추진 #궐련형 전자담배 갑당 5000원 수준으로 오를 수도 #담배 업체, "개발비 고려하면 인상 안할 수 없어" #KT&G "올해 연말까지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할 것"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인상에 이어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각각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자담배 세금 인상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뜻대로 담배소비세 등이 순조롭게 인상되면 전자담배에 붙는 전체 세금은 현재 1740원에서 앞으로 2986원으로 1246원이 오른다.

필립모리스코리아와 브리티쉬어미레칸토바코(BAT) 코리아는 세금 인상에 따른 궐련형 담뱃값 인상 폭과 시기에 대한 내부 검토를 시작했다. BAT 코리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상 폭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지방교육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인상될 경우 담뱃값을 현재 수준으로 묶어둘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아이코스 [사진 필립모리스]

전자담배 아이코스 [사진 필립모리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1갑은 4300원으로 일반 담배(4500원)와 비교해 200원이 싸다. 필립모리스코리아 관계자도 “개별소비세 외에도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담배에 붙는 세금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도 있어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전자담배 디바이스 투자 및 연구비용을 고려하면 갑 당 5000원대 수준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BAT 코리아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갑 당 생산비는 기존 담배와 비교해 2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담배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담배 제조업자와 판매업자는 판매가격을 6일 전까지 신고해 변경할 수 있어 언제든지 가격조정이 가능하다.

전자담배 글로. [사진 브리티쉬어미레칸토바코]

전자담배 글로. [사진 브리티쉬어미레칸토바코]

문제는 시장 위축이다. 가격이 인상될 경우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갑당 가격이 일반 담배보다 저렴한 4300원이 아니었다면 몇 달 만에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 많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 6월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국내외 담배 생산 업체간 눈치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KT&G는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업계에선 KT&G가 늦어도 11월 말에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세금 인상이 유력해지자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일을 올해 말로 늦췄다. KT&G 관계자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