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뉴욕서 중국 요원들 체포하려다 불발 … 왜?

중앙일보

입력

중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될 뻔했지만 결국 불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지도층 비리 폭로하는 궈원구이 회유 시도 #백악관 긴 회의 끝에 중국 요원들 체포 불발

지난 5월 경유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이들은, 미국에 도피해 있는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을 뉴욕에서 만나 회유하려다 미 정부에 포착됐다. FBI 측은 사증(査證) 위반 등의 혐의로 이들을 체포하려 했으나 미 정부 내에서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불발되고 말았다.

미국에 칩거하며 중국 권력 핵심부의 각종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 [사진=궈원구이 페이스북]

미국에 칩거하며 중국 권력 핵심부의 각종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 [사진=궈원구이 페이스북]

2015년 미국으로 도피한 뒤 중국 주요 지도부의 비리를 끊임없이 폭로하고 있는 궈원구이는 중국에 큰 골칫덩이인 인물이다. 중국 당국을 긴장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중국 당국으로부터 뇌물과 납치, 사기, 성폭행, 돈세탁 등 19가지 범죄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인터폴의 적색수배 명단에도 올라있다. 궈원구이의 입을 어떻게든 틀어막고 싶은 중국 정부가 그를 회유하려다 적발된 것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 요원 4명은 지난 5월 24일 궈원구이를 만나 중국에 적대적인 활동을 중단할 경우 압박이 완화될 것이라며 회유를 시도했지만 궈원구이는 이를 거절했다.

FBI 요원들은 이 사실을 파악하고, 궈원구이에 대한 접촉 금지와 출국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요원들은 이틀 후, 궈원구이를 또다시 만나 협박 섞인 회유를 했다.

이를 모두 주시하고 있던 FBI 측은 공항에서 체포 대기에 들어갔다. 같은 시각 백악관은 국무부ㆍ법무부ㆍ국방부ㆍ정보기관 등이 모두 참여한 긴급 회의를 열고, 긴 토론 끝에 체포를 하는 대신 중국 요원들의 휴대전화만 압수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궈원구이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미국에도 궈원구이는 여러모로 고민을 안기는 존재다. 그를 범죄자로 보는 이들이 있는 반면, 중국과 협상 시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어서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엔 궈원구이를 추방하는 것에 마음이 기울어있었지만, 다른 고위 관리들이 이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무역과 북핵 등 여러 문제가 있는데, 궈원구이의 뉴욕 체류는 두 나라 사이의 긴장감을 더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궈원구이의 미국 망명 신청은 현재 계류중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