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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BIFF 달군 키워드 베스트 7

중앙일보

입력

사회를 맡은 배우 장동건과 윤아가 개막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라희찬 (STUDIO 706)

사회를 맡은 배우 장동건과 윤아가 개막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라희찬 (STUDIO 706)

[매거진M] 고(故)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부집행위원장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올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들썩이게 했던 ‘이름’과 그들이 달군 현장의 기운을 고스란히 전한다.

#1. 영화제 울린 이름, 김지석

추모 행사에서,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사진=라희찬 (STUDIO 706)

추모 행사에서,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사진=라희찬 (STUDIO 706)

아마도 올해 BIFF에서 가장 많이 ‘상영된’ 이름은 ‘김지석’일 것이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출장 중 갑작스럽게 타계한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부집행위원장. 지난 22년간 BIFF 창립과 아시아 영화인 발굴을 주도했던 그를 기리고자, 개막작을 시작으로 올해 모든 상영작은 ‘In Loving Memory of KIM Jiseok(김지석을 추모하며)’이란 문구와 함께 막을 열었다.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추도사 책자. 사진=라희찬 (STUDIO 706)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추도사 책자. 사진=라희찬 (STUDIO 706)

애도의 의미일까. 배우 장동건‧윤아의 사회로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된 12일 개막식엔 검은 드레스 차림이 유난히 많았다. 아시아 영화에 대한 고인의 애정을 기려 영화제가 신설한 ‘지석상’에 더해, 15일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이 직접 고인에게 보관문화훈장(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자에게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을 수여한 추모 행사에선, 영화감독 허우샤오시엔‧가와세 나오미 등 생전 인연을 맺은 아시아 영화인의 추도사가 담긴 책자가 배포됐다.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이 참석한 이 날 자리에서 말레이시아의 탄 취무이 감독은 “누군가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함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김 수석 프로그래머에게 배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2. 여성 영화인, 기치 높이다

나카야마 미호(왼쪽)과 문소리. 사진=강경희 (STUDIO 706)

나카야마 미호(왼쪽)과 문소리. 사진=강경희 (STUDIO 706)

출범 이래 처음 여성 감독 영화가 개‧폐막식을 장식했다. 개막작은 꿈이 짓밟힌 여성이 나무로 환생하는 여정을 그린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10월 25일 개봉). 신 감독은 “여성 주인공을 단지 피해자가 아니라,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 그리고자 했다”고. 폐막작은 대만 실비아 창 감독이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세대 간 불화와 화해를 그린 ‘상애상친’이다.

남동철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주류 한국영화와 달리 독립영화에선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반가운 경향. 부산을 찾은 여성 배우들도 “여배우보다 배우로 불러달라”(나카야마 미호)며 “‘영화의 꽃’보다 영화계의 줄기‧뿌리도 되고 거름도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문소리)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 현장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 현장 (사진=부산국제영화제

#3. 올리버 스톤이 ‘찜할’ 아시아 신인 감독은?

뉴 커런츠 심사위원단. 사진=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단.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지아장커‧장률‧박찬옥 등 신인 감독을 발굴하며 아시아 영화 등용문이라는 BIFF의 정체성을 견인해온 경쟁 부문 ‘뉴 커런츠’에서는 선정작 10편 중 3편이 한국영화였다. 중화권영화(4편)의 선전도 돋보였다. 이 중 정치‧사회적 현실에 대한 분명한 시각을 드러낸 작품이 수상권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심사위원장 올리버 스톤 감독을 비롯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 필리핀의 라브 디아즈 감독, 한국의 장선우 감독, 프랑스의 아녜스 고다르 촬영감독 등 올해 뉴 커런츠 심사단은 사회‧역사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것이 특징. 고바디 감독은 “영화는 세상을 보는 창”이라면서 “새로운 비전과 시각을 주시하겠다”고 했다.

#4. 지아장커 감독이 포문 연 ‘플랫폼 부산’  

지아장커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지아장커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신설된 플랫폼 부산은 아시아 독립 영화인이 소통하고 동반 성장하는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자리. 작고한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오랜 시간 준비해온 프로젝트다. 14일부터 18일까지 19개국 150여명 독립 영화인이 라브 디아즈, 싱가포르의 부준펑 등 아시아 주요 감독‧관계자와 영화 제작 경험을 나눴다.

이 모든 행사의 포문은 중국 거장 지아장커 감독이 열었다. “지난 20년간 내 영화들은 사람의 얼굴과 공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영화 제작에서 영화의 언어나 구조보다 중요한 핵심은, 이토록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 특별하고 참신한 인물의 얼굴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이라며 “그것은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5. 부산을 찾은 전설들

배우 신성일.사진=강경희 (STUDIO 706)

배우 신성일.사진=강경희 (STUDIO 706)

‘영원한 스타’ 신성일(80). 올 해 한국영화 회고전 주인공으로 부산을 찾았다. 폐암 3기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관객을 만났다. ‘별들의 고향’(1974, 이장호 감독) ‘길소뜸’(1985, 임권택 감독) 등 대표작 8편이 상영 중인데,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최고작으로 ‘만추’(1966, 이만희 감독)를 꼽았다.

배우 장 피에르 레오. 사진=강경희 (STUDIO 706)

배우 장 피에르 레오. 사진=강경희 (STUDIO 706)

프랑스 누벨바그의 페르소나, 장 피에르 레오(73)도 장 뤽 고다르 감독의 1985년 미개봉작 ‘작은 독립영화사의 흥망성쇠’ 상영에 맞춰 부산에 왔다. 기념비적인 데뷔작 ‘400번의 구타’(1959,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부터 한 시대를 풍미한 대배우의 여유와 미소에 관객도 흐뭇해졌다.

#6. 하비 와인스타인 논란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미국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논란이 일파만파되는 가운데, BIFF 참가자들에게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그의 행동은 불법”이라며 “관용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 중요한 사례”라고 단언했다.

올리버 스톤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올리버 스톤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한편 올리버 스톤 감독은 “법을 어겼다면 당연히 재판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그와 한 번도 일을 해 본 적이 없다. 가십은 말하고 싶지 않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스톤 감독에 대해 배우 캐리 스티븐스는 자신의 SNS에 “(와인스타인과 스톤 감독) 두 사람은 똑같다”며 과거 스톤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7. 깜짝 게스트, 문재인 대통령

(왼쪽부터)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15일 오후 2시. 영화의전당 내 토크 무대에 갑작스레 인파가 몰려들었다.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2016, 이언희 감독) 관람을 위해 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관객과 짧은 만남을 가진 것. 현직 대통령이 BIFF에서 관객과 만난 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부산 사람으로서 1회부터 공식‧비공식적으로 영화제를 찾았다”면서, “BIFF가 빠른 시일 내에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한 건, 그 운영을 전적으로 영화인들의 자율과 독립에 맡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적 이유로 위축됐던 영화제가 과거의 위상 되찾고 더 발전하길 바란다”는 그는 “정부와 부산시는 영화제를 최대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면서 “이를 믿고 영화제를 외면하고 있는 일부 영화인들이 남은 기간이라도 부산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일부 단체는 지난 3년간 BIFF와 정치적 갈등을 빚어온 서병수 부산시장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며 올해까지 영화제 참석을 보이콧해왔다.

나원정·김효은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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