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좋은 시절 다 지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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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업체 중 상당수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금알 낳는 거위’라는 기대와 달리 매출은 늘지 않고, 우후죽순 내준 특허에 경쟁만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고고도미사일 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수요 감소, 높은 임대료와 특허 수수료 등이 영향을 미쳤다. 16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72개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12조2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 증가했다. 2011년(5조3714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덩치가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면허 늘어난 만큼 매출 늘었지만 #영업이익 줄고 적자 전환 업체도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일단 같은 기간 면세점 특허를 받은 업체 수가 32곳에서 49곳으로 크게 늘었다. 특허 면적 역시 10만1566만㎡에서 22만6584㎡로 확 늘었다. 그러다 보니 전체 면세점의 단위 면적당(1㎡) 매출액은 2011년 5289만원에서 5417만원으로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드 보복 장기화로 당장 중국인 관광객 수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운 형편이라 올해는 더욱 힘들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그나마 큰 기업은 상황이 좀 낫다. 국내 30개 대기업 면세점의 평균 매출액은 2011년 2392억원에서 2016년 4900억원으로 5년 새 204% 증가했다. 1㎡당 매출액도 2011년 5500만원에서 지난해 6300만원으로 소폭 늘었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은 평균 매출액이 2011년 1312억원에서 2016년 340억원으로 74% 줄었다. 1㎡당 매출액 역시 같은 기간 31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감소했다. 2011년까지만 해도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은 단 2개뿐이었지만 지난해 31개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선 영업이익도 급감하고 있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2분기에 2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의 분기 적자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14년 만이다. 2위 신라면세점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1% 감소했다.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한화갤러리아는 아예 제주공항점 운영권을 반납하고, 올 연말까지만 운영하기로 했을 정도다. 추 의원은 “우선 과도하게 올려 잡은 특허 수수료부터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참여자를 늘리고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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