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공론조사, 공사재개·중단 박빙 땐 결론 안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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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오른쪽 둘째)이 11일 서울 광화문 공론화위원회 사무실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오는 20일 최종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오른쪽 둘째)이 11일 서울 광화문 공론화위원회 사무실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오는 20일 최종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건설을 영구 중단할지, 재개할지를 가르는 시민참여단의 4차 최종 조사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최종 조사에서 건설 중단 및 재개의 의견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일 경우 20일 오전 10시 발표하는 최종 권고안에 찬반 결론을 명확히 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공론화위, 20일 발표 전 방침 정해 #오차범위 ±4.7%p보다 작을 전망 #정부, 권고안 토대로 재개 여부 결정 #박빙 나오면 정치적 부담 커질 듯

이희진 공론화위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최종 권고안 작성은 (13~15일에 열리는) 종합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참여단의 규모와 성·연령별 최종 의견 분포에 따른 표본추출 오차를 기준으로 삼는다”며 “건설 중단 및 재개 의견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이면 1~4차 조사 결과 간 의견 분포의 변화 등 정책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항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권고안을 작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건설 중단 및 재개 의견 차이가 오차범위를 벗어난 경우엔 다수 의견을 기준으로 권고안을 작성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일반 여론조사와는 차이가 있다. 공론조사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층화확률추출 방식’에 따른 표본추출 오차를 기준으로 삼는다. 종합토론에 참석한 시민참여단의 규모, 성·연령별 최종 의견 분포 등을 반영하는 ‘보정 절차’를 거쳐 오차범위를 산출한다는 뜻이다. 김영원 공론화위 조사분과위원장은 “응답자가 500명일 때 일반 여론조사 방식의 오차범위는 ±4.6~4.7%포인트 정도지만, 층화확률추출 방식을 따르면 오차범위가 이보다 작아진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오차범위는 4차 조사 후 계산할 수 있다.

만일 오차범위가 ±4%포인트로 정해진다고 가정하면, 4차 조사에서 건설 중단·재개 의견 비율 차이가 8%포인트보다 크면 양쪽 중 다수 의견에 따라 권고안을 작성하게 된다. 하지만 8%포인트 이내라면 명확한 결론을 내기보다 1~4차 조사 결과를 모두 종합해 정량적으로 분석한 권고안을 내놓겠다는 것이 공론화위의 입장이다.

공론화위는 지난 8월부터 2만6명을 대상으로 한 대국민 여론조사(1차 조사)를 벌여 시민참여단 500명을 선정한 뒤 지난달 16일 오리엔테이션 자리에 참석한 4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2차 조사)를 했다. 합숙토론 첫날인 13일 참가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3차 조사, 마지막 날인 15일 4차 최종 조사를 하게된다. 공론화위는 1~4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작성해 20일 공식 발표하고 정부에 제출한다.

공론조사는 참여자들의 초반 의견이 충분한 정보 제공과 토론 등 숙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상 4차 조사 결과가 이번 공론조사의 결론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현재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양측 의견이 팽팽하다. 한국갤럽이 벌인 네 번의 여론조사에서 건설 중단·계속의 응답 비율 차이는 5%포인트 이내였다.

공론화위가 권고안 작성 방식을 정함에 따라 관건은 조사 결과가 오차범위 밖으로 나갈지 여부로 모이게 됐다. 정부는 그동안 권고안에 담긴 시민참여단의 뜻을 그대로 수용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오차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큰 차이가 나면 정부가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 비율의 차가 크지 않다면 건설 재개와 중단 측 모두에 해석의 여지를 남기게 된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찬반이 박빙으로 갈려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꿈에 나올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공론화위의 권고안을 정부가 해석해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에 대해 정부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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