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 대통령 "북핵 압박→대화 국면 전환 '입구' 찾기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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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여야 의원들을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압박에서 대화 ‘입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전했다.

문 대통령, 여야 의원들 만나 "대화 기조 전환 어려움" 토로 #"미 폭격기 전개 사전에 알았다…北 압박에 동의할 필요"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북한 특사 파견 움직임 '경청'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국회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을 접견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 김두관 의원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국회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을 접견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 김두관 의원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국회 ‘동북아평화협력 의원 외교단’ 소속 정 의원(단장)을 비롯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석현ㆍ김두관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진행한 간담회에서 “각 당의 의견을 모아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태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동영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쌍궤병행(雙軌竝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문 대통령도 이러한 원칙에 공감을 표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쌍궤병행이 ‘출구’의 의미라는데 동의하지만 (대화 국면을 위한) 입구로 들어가는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와함께 미국이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를 한반도 상공에 다시 전개한 것과 관련, "(전개 사실을)알고 있었고 긴장이 고조되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의 압박에 동의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5부요인을 초청한 오찬 간담회에서도 “안보 상황이 어려운 것은 외부에서 안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인데, 안보위기에 대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난 의원단은 지난 1~7일 미국에서 국무부 인사 등 30여 명을 만나 북핵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돌아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의원단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북미 간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공조와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는 방미 성과를 설명했다”며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엄중하고 온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이때 추석연휴 기간에도 불구하고 국회 차원의 초당적 외교를 펼쳐주셔 감사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국회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을 접견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 김두관 의원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국회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을 접견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 김두관 의원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이날 대화 중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정동영 의원은 “미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야 하고,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자 문 대통령이 경청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 공화당 의원들마저 평화를 해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를 비판한다는데 한국 정부도 자제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원들의 의견도 관심있게 들었다고 한다.

정병국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를 전달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느낀 것은 한·미 FTA가 폐기로 간다는 분위기였다”며 “미국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한·미 FTA 폐기만은 안 된다’는 내용의 편지의 사본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FTA와 관련한 미국의 분위기를 문 대통령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며 “특히 국내 외교안보진의 엇박자에 대해 미국이 진의를 궁금해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방미결과 국회 동북아평화협력 의원 외교단 소속 바른정당 정병국(왼쪽부터), 국민의당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이석현.김두관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미결과 국회 동북아평화협력 의원 외교단 소속 바른정당 정병국(왼쪽부터), 국민의당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이석현.김두관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현 의원은 “미국에서 30여 명을 만났지만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며 “(이달 중 방미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부질없이 미국에 전술핵을 구걸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협상 전략에 불리한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태화ㆍ안효성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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