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격 군 지휘관 갑질까지 … 군의관에게 자기 개 6일간 입원 치료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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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음주 후 해안초소에서 실탄 사격을 해 징계를 받아 논란을 빚었던 군 지휘관이 소속 장병에게 갖가지 형태의 사적 지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사관 돈으로 관사가구 제작 지시 #이철희 의원 “군, 알고도 대령 진급”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군 17사단 3경비단장이었던 A대령(당시 중령)은 장염에 걸린 애완견 치료에 민간 동물병원에서는 200만원이 든다고 하자 부대 의무대 군의관에게 치료를 지시했다. 이 애완견은 의무실 진료 침대에서 비타민제를 포함한 수액을 처방받는 등 6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대령은 부대 부사관에게 본인 아들을 위한 관사 내 축구골대 제작과 가족들이 사용하는 골프연습장의 보수작업도 지시했다. 또다른 부사관에게는 관사에서 사용할 선반·테이블·의자 등 가구 제작을 지시하면서 경비를 따로 주지 않아 해당 부사관이 사비로 재료를 구입해야 했다.

A대령은 또 장병들에게 관사 내에 나무로 만든 길을 조성하도록 지시했고, 간부들과 관용 차량으로 부대 정찰에 나서면서 부인과 아들을 동행해 영종도 인근의 신도와 모도 등을 다녀오기도 했다.

A대령은 지난 6월 음주 회식 후 인천 영종도 해안 초소를 찾아 근무병에게 방탄모를 벗어 탄피를 받아내라고 지시하고 실탄 3발을 발사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음주 실탄 사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령에서 이달 초 대령으로 진급했다. 국방부는 A대령이 여러 종류의 ‘갑질’을 했다는 민원을 받았으나 3개월 감봉의 경징계 처분을 한 뒤 대령으로 진급시켰다.

이철희 의원은 “군 당국이 음주 실탄 사격과 부대원을 상대로 한 갑질 행태를 알고도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며 “간부들이 장병들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는 적폐”라고 지적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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