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국정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노벨상 '취소 청원 모의' 정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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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로고(좌)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개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 평화상 수상 기념우표(우). [사진=중앙포토, 서울우정청]

국정원 로고(좌)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개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 평화상 수상 기념우표(우). [사진=중앙포토, 서울우정청]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보수단체를 앞세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을 하는 등의 계획을 세운 정황이 드러났다.

8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A씨와 보수단체 간부 B씨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압수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메일에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노벨상 취소를 위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청원서를 보내는 방안을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대통령 서거한 뒤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형성된 추모 열기가 이명박 정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해 이 같은 심리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B씨가 속한 보수단체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논평 등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을 헐뜯는 논평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단체는 김 전 대통령을 향해 "6·15공동선언을 통해 헌법 정신에 반하는 연방제 통일에 합의했던 사람",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부정한 공작과 거래를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반헌법적 6·15 공동선언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등으로 매도했다.

검찰은 같은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김 전 대통령 때문에 북한 핵이 완성됐다. 노벨 평화상이 아닌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는 비난 글과 합성 사진 포스터가 나돈 것에 대해서도 심리전단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TF팀은 B씨가 속한 보수단체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자금을 지원받아 야권과 진보단체를 비난하는 광고를 게재했다고 파악하고 검찰에 관련 기록을 넘겼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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