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주인공 '생체 시계'…"고장나면 불면 넘어 큰 질환 위험"

중앙일보

입력

수면 리듬이 깨지는 불면증은 생체 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앙포토]

수면 리듬이 깨지는 불면증은 생체 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앙포토]

2일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이 된 '생체 시계'(circadian rhythm)는 의학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인간의 생체 시계는 삶의 질,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생체 시계 있어 호르몬 분비…수면 등 조절 가능 #손상되면 당뇨·치매에 알츠하이머도 영향 미쳐 #생체 시계 작동원리 알면 환자 치료에도 도움 #"시차 적응, 교대 근무 따른 문제 해결에 중요"

  이번에 공동 수상한 미국의 제프리 C. 홀(72)·마이클 로스배시(73)·마이클 영(68)은 1980년대 초반부터 생체 시계를 분석해왔다. 이들은 주로 초파리의 주·야간 활동성을 근거로 유전자들을 변형시켰을 때 생체 시계가 길어지거나 짧아진다는 걸 발견했다. 주기 유전자(period gene)가 PER 단백질을 만들면 밤에 세포 내에 쌓였다가 낮에 없어지면서 생체 시계가 작동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의 세포가 생체 시계를 어떤 식으로 조절하는지 등을 발견한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생체 시계는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하루 24시간 중 밤이 되면 졸리고 아침이 되면 깨는 게 모두 생체 시계의 영향이다. 호르몬이 저절로 분비되면서 체온이나 혈압, 식욕, 수면 등이 알아서 조절된다. 노지훈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생체 시계가 손상될 때는 단순한 수면 장애를 넘어서 심혈관계 질환, 당뇨 등 대사성 질환, 치매 같은 퇴행성 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나온 바 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3명의 학자들. [사진 노벨상위원회]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3명의 학자들. [사진 노벨상위원회]

  이 때문에 생체 시계의 작동 원리를 알면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생체 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분석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엔 생체 시계를 조절해 항암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약이 가장 잘 듣는 시점을 파악하는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나해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국 연구팀이 PER 유전자를 발견함에 따라 수면·각성 장애나 불규칙한 자율신경계 질환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석훈 교수는 "잠이 부족하고 생체리듬이 자주 깨지는 현대 사회에서 시차 적응이나 교대 근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